정부가 내놓은 이번 세제 개편안은 금융시장, 그중에서도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식 투자로 얻은 소득에 부과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조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증권거래세 인하는 현재 계획보다 속도가 늦춰진다.
정부는 우선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실현된 소득을 합산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당초 2023년 1월 1일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2년 늦춰 2025년 초에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는 기준이 완화됐다. 일단 `대주주’라는 표현을 `고액주주’로 변경한다. 이들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는 과표 3억원 이하 20%, 과표 3억원 초과 25%인 현행 세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고액주주에 대한 과세 기준이 완화된다. 현재는 종목별 일정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과 일정 보유 금액(10억원)이 기준이지만 개정안은 지분율 기준을 없애고 보유 금액 기준을 100억원으로 높였다.
이 같은 조치들은 윤석열 정권이 대선 전부터 자본시장 부문 공약으로 제시한 내용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며 다만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에서는 한발 물러난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인하’라는 방향은 유지됐지만 현재보다는 완만한 속도의 개정안이 제시됐다. 현행 인하안은 현재 0.23%(코스피는 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인 거래세율이 내년부터 0.15%로 낮아지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0.20%, 2025년부터는 0.15%로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정부는 이 같은 세제 개정 이유에 대해 “신규 자금 유입 유도 등 주식시장 활성화”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특히 매년 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이 쏟아지는 현상이 완화되면서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재료인 만큼 큰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팀장은 “연말에 수급이 왜곡되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당장 이것 때문에 주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채권 등 다른 자산들과 달리 유일하게 상장 주식에만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행 시기도 내년 1월에서 2025년 1월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비거주자와 외국 법인의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 이자와 양도소득에 비과세하기로 했다.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 채권 및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로 나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통해 우리나라 국채 투자에 대한 수요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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