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의 여파가 호텔업계로 번졌다. 국내 특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올 초부터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리오프닝(경기 재개) 수혜로 매출 회복세에 접어든 호텔업계에서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서울의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가 오는 9월 1일부터 코스 메뉴 가격을 일괄 1만원씩 인상한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이다.
광주요그룹 외식사업부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비채나는 시그니엘 서울 8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서 1스타를 받은 곳이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비채나의 주중 런치 ‘산천코스’ 가격은 8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주말‧공휴일 런치 ‘산천코스’는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오른다. 주중 디너 ‘일월코스’는 17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주중과 주말‧공휴일 디너 ‘구학코스’는 21만원에서 22만원으로 인상된다.
◆특급 호텔 가격 인상 잇따라…“식자재 가격 상승 탓”
특급 호텔 업계에서는 올초부터 가격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1월 롯데호텔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의 주말과 평일 디너 가격을 12만9000원에서 15만원으로 16.3% 인상했고, 평일 런치 가격을 10만5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28.6% 올린 바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웨스틴조선서울 뷔페 ‘아리아’는 올해만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올해 1월 금요일과 주말·공휴일 저녁 뷔페 가격을 13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7.4% 올린 데 이어, 지난 6월 같은 시간대 뷔페 가격을 15만원으로 3.4% 인상했다.
최근 서울신라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은 런치 코스 가격을 최대 15.8% 인상했다. 3코스 가격은 9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4코스 가격은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렸다. 한식 레스토랑 ‘라연’도 런치 코스 가격을 16만5000원에서 17만5000원으로, 디너 가격은 26만원에서 27만원으로 올렸다.
서울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도 지난 2월 성인 기준 평일 점심 가격을 11만9000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말 점심은 12만2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저녁은 12만9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20.2% 인상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레스토랑 운영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리오프닝에 여름 성수기 특수…실적 반등 꾀하는 호텔업계
이러한 가격 인상 행렬에도 호텔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여름 성수기 시즌을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1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높은 가격대에도 레스토랑은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다.
서울신라호텔의 ‘더 파크뷰’와 조선 팰리스 ‘콘스탄스’ 등 특급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주말 기준으로 꾸준히 만석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호텔 ‘라세느’와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플레이버즈’ 역시 90% 이상의 주말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특급 호텔업계에서는 레스토랑의 경우 꾸준히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는 더 많은 고객이 방문하면서 만석을 기록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방문이 조금씩 증가함에 따라 특급 호텔의 객실 예약률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6월 방한한 외국인은 22만7713명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초로 2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올해 7~8월 국내 주요 특급호텔의 객실 평균 예약률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과 제주는 여름 성수기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호텔신라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16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그중 호텔&레저 부문 매출은 1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호텔&레저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2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도 호텔사업부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적자 폭이 크게 줄고 있다. 2분기 워커힐호텔 매출은 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증가했다. 영업적자는 2분기 12억원으로 전년 동기 89억원과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기를 걷던 호텔업계가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면서 “올해 초부터 3분기 여름 성수기에 이뤄진 본격적인 매출 회복세 이뤄지면서 주요 호텔 업체들의 실적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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