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주경제가 개최한 ‘국민심서 발표대회: 첨단 과학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서울 르네상스’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선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여의도 민간기업들의 영어 사용 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으로 정부의 영어 상용화 지원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종린 교수는 전 세계에서 세계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나라나 세계 최고 수준 국가 경쟁력을 가진 나라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로 영어 활성화를 꼽으며 한국도 부지런한 영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 교수에 따르면 금융 중심지이자 아시아 디지털 금융지로 여의도와 자주 비교되는 싱가포르는 2006년 기준 영어 사용 인구가 전체 중 71%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홍콩은 44.7%, 유럽연합(EU)은 23%에서 89%까지로 각각 집계됐다.
국내에서 영어 상용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기업과 대학, 지자체 등에서 영어를 상용화 또는 공용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LG전자, 포스텍, 국제중고·자사고·국제학부·국제대학원 등 영어매체 교육기관, 제주·인천 영어 상용화나 평택 영어 공용화 등 영어상용지역이 그 사례다. 그러나 이런 ‘영어 열풍’은 2010년 전후로 사그라들고 만다. 그 무렵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화를 향한 사람들 관심이 급격히 저하됐기 때문이다.
다만 모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풍파를 맞지 않았어도 영어 상용화 바람이 침체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 추진된 영어 상용화 자체에도 문제가 있어 ‘찻잔 속 태풍’에 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모 교수는 당시 영어 상용화 시도와 관련한 교훈으로 △영어 공교육과 주민 영어 능력 향상 간 연계 어려움 △기관·지역 단위 영어 공용화 차별화 실패 △정부 투자 실패 △영어 사용 인프라 투자가 미비 등을 들었다.
모 교수가 제시하는 영어 상용화 핵심 전략은 인프라 마련이다. 특히 그는 ‘통번역센터’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 교수는 “로마자 표기와 영어 용어 표준화, 정부 문서 영어화, 주요 회의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통번역센터는 영어 상용화에 필수적 존재”라며 “유엔에서 운영하는 대형 통번역센터를 참고할 만한데, 유엔 업무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 2개지만 공식 언어는 6개에 달해 공식 문서가 6개 언어로 번역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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