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내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의 긴축적 움직임 속 다음 주 열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울트라스텝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은이 미국의 동향에 발을 맞춰야 할 여지가 커지면서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가 대두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오는 10월 12일 개최된다. 9월은 예정된 일정이 없고 올해 남아있는 회의는 10월과 11월이 전부다. 이미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이 확정적인 가운데 한은은 과도한 금리 인상 대신 0.25% 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경제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CPI 발표를 기점으로 한·미 기준금리를 둘러싼 기류가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도 앞다퉈 다음 주 FOMC 전망을 당초 예측보다 상향하고 있다. 연준이 당장 다음 주 정책금리 조정에 나서는 만큼 국내 기준금리와의 역전 차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한국 기준금리 2.5%)로 이번 FOMC에서 연준이 0.75%포인트를 올리면 3~3.25%까지 기준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느 선까지이고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일단 국내 통화당국은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만약 연준이 그보다 높은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거나, 이달 국내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뚜렷하게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빅스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이번 CPI 결과와 연준 움직임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강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달 한은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기준금리 상단을 3%로 제시하는 것은 희망고문일 수 있다”면서 “한은 총재는 25bp씩 점진적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발언했지만 연준과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 인상을 다시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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