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 금리 인상, 매수 심리 위축 등 여파로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값이 떨어지고 대출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선별적으로 청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시장도 입지, 분양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옥석 가르기' 장세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 민간 분양 아파트에 대한 평균 청약 경쟁률은 9대 1로 지난해 경쟁률(19대 1)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첨자 가점 평균도 낮아져 올해(9월 기준) 민간 분양 아파트 당첨가점 평균은 23점으로 지난해(34점)에 비해 11점이나 하락했다.
개별 단지 청약 성적은 양극화하는 추세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입지가 뛰어나고, 분양가가 착한 지역은 청약 수요가 높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모집 가구 수도 채우지 못한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일 진행한 경기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무순위 청약에는 6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1865개가 몰려 평균 경쟁률 310대 1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전용 74㎡는 1010대 1을 기록했다.
청약 흥행에 가장 큰 요인으로는 높은 시세차익이 꼽힌다. 이 단지 전용 74㎡ 분양가는 5억3000만원대로 인근 아파트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전용 74㎡는 지난 2월 10억5475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로또 청약'이 예상되는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와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도 무순위 특별공급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전날 진행한 특별공급에서 '벨라르테'는 평균 경쟁률 75대 1, '라비엔오'는 158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가 7억8000만~8억원 수준인데 동일 면적 전세가(8억~9억원)보다 낮다. 과천 인근에 위치한 1년 차 신축 아파트인 '과천위버필드' 전용 84㎡는 지난 4월 21억원에 거래됐다. 당첨되면 최대 11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반면 입지적 장점이 부족하거나 분양가가 높은 곳은 대단지, 브랜드 프리미엄이 높더라도 분양에 실패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청약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에서 134가구 모집 중 114개 통장만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0.85대 1에 그쳤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경남 'e편한세상 사천 스카이마리나' 역시 1035가구 가운데 1·2순위에서 457명만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0.44대 1에 머물렀고, 충북 '음성자이' 역시 최근 1454가구 공급에 423명만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0.29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조정기가 장기화하는 만큼 분양가, 입지 등에 따른 청약시장 양극화도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시장에선 옥석 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서울과 수도권이라도 입지와 여건에 따라 분양 성적이 크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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