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법률 개정·국민청원압박에···물적분할 몸 사리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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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10-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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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LG엔솔·SK바사·카뱅·카페 등

  • 잇따른 '쪼개기 상장'···모기업 가치 ↓

  • 소액주주들 피해···갈수록 불만 커져

  • 대기업들 인적분할 우선 검토로 선회

  • 일각선 "후계자 그룹 승계 이유" 지적도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개발이 두드러지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만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존에 자주 활용된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을 우선 검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는 재작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사례 이후 기존 투자자들이 물적분할로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강해진 것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올해 초 대선의 공약으로 제시될 정도로 주목을 받은 상황에서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물적분할에 대한 기존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 2020년 이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된 서로 다른 5건의 물적분할 금지 관련 청원에 총 2만7450명이 동의했다.

이는 모·자회사 동시 상장인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우려한 청원이다.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가 특정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고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적분할 당시 모회사는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지만, 모회사의 주주는 분할된 자회사의 주식을 전혀 가지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물적분할 이후 상장으로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상장한 회사가 알짜배기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한 이후 다시 상장하게 된다면 모회사의 주주가치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 같은 쪼개기 상장은 최근 재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지난해부터 IPO 시장에서 대어로 주목받았던 LG에너지솔루션,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은 모두 쪼개기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상장 직후 모회사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단숨에 코스피 시총 2위를 차지하는 사례마저 발생했다. 이에 당시 대선후보들이 쪼개기 상장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마저 내놓을 정도였다.

이에 최근 물적분할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소액주주의 반발과 사회적인 관심을 의식해 속속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당초 추진해온 물적분할을 지난달 중단하기로 공시한 DB하이텍이 그 첫 사례로 꼽힌다. 이후 풍산도 방산사업부를 풍산디펜스로 물적분할하려 했으나 이달 초 철회했다.

아울러 대기업그룹은 애초에 인적분할부터 검토하는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한 이후 신설사를 내년 3월 신규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 7월 인적분할을 통해 수입차 판매·AS 부문을 담당하는 신설회사(코오롱모빌리티그룹)를 설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양사의 경우가 그룹의 승계와 관련이 깊어 단순한 기업의 분할 사례로 꼽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상무가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신설사인 코오롱모빌리티에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사장이 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그룹 후계자들이 신설사의 경영에 참여해야 할 상황에서 분할 작업에서부터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물적분할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고 기업 이미지까지 덩달아 나빠지고 있다"며 "기업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인적분할 방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DB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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