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불법 사찰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무부 측은 사찰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정원의 사찰과 조 전 장관의 정신적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김진영 부장판사)는 17일 조 전 장관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행위는 정치 관여가 금지된 공무원이 밀행성을 이용해 원고의 인권을 의도적, 조직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며 "불법행위의 기간, 내용, 중대함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를 5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국정원을 상대로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해 부분공개 결정을 받았다. 자료를 보면 당시 국정원은 조 전 장관을 '종북세력', '종북좌파',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변혁을 노리는 대한민국의 늑대'라고 규정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국가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의 대리인은 "국정농단 사태, 국정원의 불법 국내정치 개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피해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볼 수 있게 재판부가 문서제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측은 "사찰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가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정신적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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