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을 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사우디에 대한 보복을 시사해 온 미국 정부가 기업에 사우디에서의 사업 확장을 자제토록 하는 등 경제적 압박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NBC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복수의 전현직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산을 밀어붙인 사우디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경제 거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미국의 외교 안보 이익을 약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고립’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철회는 중동 지역의 미국 영향력은 유지하되, 사우디에는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에 대응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를 단결시키는 중동 지역에서의 전략 목표를 약화하지 않으면서 사우디의 최근 행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검토되는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통하는 사우디에 칼을 빼드는 것은 유가 때문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해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플러스)는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섭게 치솟던 유가가 안정을 되찾아가는 와중에 OPEC+의 감산 결정은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 지난 7월 직접 사우디까지 찾아가 증산을 요청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더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산 소식은 청천벽력이다. 유가는 선거의 판세를 가를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를 실제로 단행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은 오는 25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회의에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을 계획이다. FII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며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행사다. 미국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을 대표로 보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의 감산 결정으로 닥칠 유가 상승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더 이상의 물가 상승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14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올해 방출량 중 최대 규모다.
문제는 전략비축유 방출이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계속된 방출로 인해,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3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컨설팅 회사 립포우 오일의 앤드루 립포우 대표는 “전략 비축유를 다시 채울 방법이 있는지 심히 우려된다"며 "공급 차질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전략비축유에 충분한 재고가 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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