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변동성 장세에도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을 올리는 ‘상향 리픽싱’ 건수가 2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리픽싱 대부분이 상향 후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을 낮추는 ‘하향 리픽싱’에 나서면서 오버행 이슈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전환사채 발행 건수가 많은 기업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자금 경색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계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일 기준 지난 6개월간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조정을 알린 공시 건수는 657건이었다. 그중 20건(16개사)은 주가가 상승해 전환가액을 상향 조정한 상향 리픽싱 공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역별로 주가가 상승해(시가 상승) 리픽싱에 나선 건수는 14건, 무상감자 및 액면 병합 등은 6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상향 리픽싱이 이뤄진 14개 CB 중 주가 하락으로 인해 하향 조정된 CB는 7개였다.
CB 종목별로 살펴보면 소니드는 지난 8월 24일 22회차 CB에 대해 시가 상승에 따라 전환가액을 기존 3669원에서 4217원으로 548원 상향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9월 26일 공시에서는 시가 하락으로 4217원이던 전환가액을 3919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디에이테크놀로지는 8월 10일 12회차 CB의 전환가액을 3990원에서 4741원으로 751원 상향했으나 9월 13일에는 4456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KH전자는 7월 13일 9회차 CB를 597원에서 751원으로 154원 상향한 반면 9월 13일 500원으로 낮췄다. 라이트론은 8월 29일 8회차 CB를 3830원에서 3900원으로 높였으나 한 달 만인 9월 28일 3391원으로, 상상인인더스트리는 9월 5일 11회차와 12회차 CB를 각각 762원으로 7원, 36원 상향했으나 10월 4일과 5일 각각 702원으로 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 전환사채에 하향 리픽싱한 이후 주가(시가)가 다시 오를 때 전환가액도 함께 올리는 상향 리픽싱 조건도 의무적으로 넣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향 리픽싱 조항이 있어도 최근과 같은 약세장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CB를 발행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코스닥 기업들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더 큰 타격을 받아 오히려 하향 리픽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환 가격이 하락하면 전환사채가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난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 지분율이 희석되고 주당순이익이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도 확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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