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공식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이제 만 6개월을 맞이한다. '아니 벌써' 혹은 '이제 겨우' 등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시간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어린이집 현장 방문 발언을 인용하자면 6개월은 '영아가 걸어다닐 수'도 있는 기간이다.
6개월이 된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길을 잘 걷고 있는가. 윤 대통령이 6개월 전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닌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 등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해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는 현재진행형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수출은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부동산 시장은 경착륙 경보가 요란하다.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완화 등 규제풀기에 나섰지만, 고금리 상황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업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미지수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풀어야 할 정치권에선 협치는 간데없고 대립만 이어진다. 여야 정면충돌에 내년도 예산안은커녕 민생 법안 하나라도 제대로 처리될지 의문이다. 야당은 집권세력이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을 총동원해 정치보복을 자행한다고 분노한다. 여권은 거대 야당이 의회권력을 앞세워 정당한 법 집행을 막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고 반박한다.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회동이 이러한 '적대와 증오의 수레바퀴'를 멈춰세울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동에 열려있다'는 원론만 있고 행동은 없다. 국민을 위한 통 큰 정치는 여야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 역시 보이지 않는다. 간신히 유지해온 취약한 평화마저 무너진 듯하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길가던 150여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딱히 주최가 없어 책임을 물을 곳이 없는 '사고'라고 한다. 8년 전인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현 대통령실)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교통사고'라고 하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당시 해경을 해체했으니 이번에는 경찰을 해체하면 될까.
윤석열 정부도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코로나19 과정에서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과 같은 복합적인 외부요인이 있다. '협치'도 거대 양당이 대립하는 대통령중심제에선 결코 쉽지 않다. 북한 문제와 이태원 참사도 그동안 쌓여왔던 각종 모순이 일거에 드러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부디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명패,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의 뜻을 되새겼으면 한다. 아직도 4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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