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던 조장 박모(62)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4일 밤 스스로 걸어서 나오는 극적인 현장이었다.
구조 현장에 있던 가족들이나 구조 대원 모두 두 사람의 생환을 확인하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광산 매몰로 고립된 이후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경북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구조된 작업자들을 치료 중인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5일 0시 25분쯤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며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드시면서 버텼다고 했다"고 말했다. 구조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늘만큼 건강 상태는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고립자들은 갱도) 안에 계실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하셨다"며 "두 분은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서로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구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가족분들도 오셨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했다고 설명했다.
조장의 아들은 아버지께서는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린 곳이 입구여서 그쪽으로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에 아래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그 아래 지점, 사고 발생 때 작업하고 있었던 제1수갱 3편 작업장 인근에만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장 박씨는 구조를 기다리며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긴 뒤 안전한 곳으로 가서 천막을 치거나 모닥불을 피우고 지냈다고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보조작업자의 조카는 "삼촌이 저희가 예상한 지점이 아닌 사고 발생 당시 작업장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지 계속 수일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며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면서 버텼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식수로 썼다"고 전했다.
봉화 광산 매몰사고는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한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