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모친 손복남 CJ그룹 경영 고문이 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손 고문은 CJ그룹의 초석을 세운 인물이자 이재현 회장의 후계 구도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인 손 고문은 손영기 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사장의 딸로 태어났다. 고인은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 고(故)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결혼하며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자녀는 이재현 CJ 회장과 이미경 CJ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까지 삼남매를 뒀다.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승계구도에서 밀린 후 홀로 삼남매를 키웠다.
특히 손 고문은 이병철 회장에게 신임받지 못한 남편 대신 삼성에서 CJ그룹을 독립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 삼성에서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병철 회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이맹희 회장 대신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했다.
손 고문은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별세한 후 시어머니인 박두을 여사를 2000년 1월 타계할 때까지 장충동 본가에서 모셨다. 이병철 회장은 생전 재산 분배를 마무리 지으면서 장남 대신 며느리인 손복남 고문에게 안국화재를 남겼다.
안국화재는 1952년 한국안보화재해상재보험으로 설립됐다. 삼성에 인수 합병돼 1956년 안국화재가 됐는데, 당시 손 고문의 부친이자 이병철 회장의 사돈인 손영기씨가 사장을 맡았다. 이후 손 고문의 동생인 손경식 회장이 대표이사 전무로 경영을 이끌었다. 손 고문은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안국화재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전념했다.
1993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독립할 당시 손 고문은 자신이 소유한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제일제당 주식과 맞교환했다. CJ그룹의 초석을 닦는 순간이었다. 손 고문은 제일제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제일제당건설과 제일씨앤씨, 제일냉동식품, 제일선물 등 4개 사로 현재의 CJ그룹을 일궜다.
손 고문은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을 물려받아 CJ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킬 동안 후원자이자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손 고문은 1996년 그룹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아들인 이재현 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장녀 이미경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막내아들인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은 광고 사업을 담당토록 했다.
손 고문은 CJ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CJ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CJ그룹 독립 후 이재현 회장의 공백기에는 동생인 손경식 회장이 CJ그룹 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그룹 내 영향력이 컸다.
손 고문은 안국화재를 바탕으로 CJ그룹을 일궜고,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준 뒤에는 경영 고문으로 물러나 그룹 안정화에 힘썼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필동 CJ인재원에 마련됐다. CJ인재원은 이재현 회장이 어린 시절 고인과 함께 살던 집터다. CJ그룹 창업 이후 인재 양성을 위해 인재원을 만들었다.
장례는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8일 오전 8시 30분이다. 장지는 경기도 여주 선영에 마련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