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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양비둘기' [사진=국립생태원]
비둘기는 흔하디흔한 조류로 꼽힌다. 특히 도심에선 그렇다. 광장이나 기차역 등에서 떼 지어 다니는 비둘기는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종 야생비둘기인 '양비둘기'는 다르다. 개체수가 많은 '집비둘기'와 달리 매우 귀한 새다. 전국적으로 150여마리만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오히려 보호가 필요하다.
실제 환경부는 2017년 양비둘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은 자연적·인위적 위협 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위협 요인이 제거 또는 완화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을 때 지정한다.
낭비둘기·굴비둘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양비둘기는 과거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했다.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이 확인된다. 국립생태원이 발간한 '화엄사에 둥지를 튼 토종 야생비둘기 양비둘기'를 보면 최근 전남 구례군과 고흥군, 경기 연천군 등 3개 지역에서만 모습이 확인됐다. 확인된 150여마리 가운데 60여마리(40%)는 구례에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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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둘기 요 분포 지역 [자료=국립생태원]
귀한 양비둘기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집비둘기와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두 비둘기 모두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고, 목과 가슴에 녹색이나 자줏빛 광택이 있다. 접은 날개에 검은 줄무늬 두 개가 뚜렷하고 다리는 붉다. 차이점은 꼬리다. 양비둘기는 회색 꼬리 중간에 선명하고 폭이 넓은 흰색의 띠가 있다.
이러다 보니 집비둘기는 양비둘기에게 위협 요소다. '유해야생생물'로 지정된 집비둘기를 농약 등으로 퇴치하는 과정에서 보호종인 양비둘기도 쉽게 섞인다.
이뿐 아니다. 집비둘기는 양비둘기 서식지를 침범해 삶의 터전을 뺏는다. 양비둘기와 집비둘기가 교배로 순종 양비둘기 개체 수가 줄기도 한다.
사람의 집단 번식지 훼손도 양비둘기가 점점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다. 윤종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장은 "양비둘기는 해안가 바위 절벽이나 무인도 등에서 집단 번식했는데 낚싯배가 들어가면서 양비둘기 알이나 새끼를 포식하는 설치류도 유입됐다"고 했다.
정부는 양비둘기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구례 화엄사 양비둘기 공존협의체'가 대표적이다.
협의체는 국립생태원과 화엄사, 영산강유역환경청, 서울동물원,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 모임, 국립공원공단 등 6곳이 함께 꾸린 단체다. 이들은 화엄사 국보 65호 각황전과 보물 229호 대웅전에 살고 있는 양비둘기 생존에 힘쓰고 있다.
윤 팀장은 "양비둘기의 개체 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집단 번식지와 취식지에서 서식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등 계속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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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화엄사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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