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꾸준히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보노보노의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는 만화에서도, 삶에서도 그의 중요한 관심사는 늘 일상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출퇴근 하며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이가라시 미키오는 정돈된 일상에서 생기는 작고 미세한 변화들을 포착해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만화로 그려내고 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는 우당탕탕 하며 천천히 조금씩 성장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와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보노보노와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보노보노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얻는 것도 인상깊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언제 행복을 느끼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요?
A.<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라는 만화도 그리고 있습니다만, 모두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상담 같더라구요. 행복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입니다.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아무리 성공을 해도, 부자가 되어도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 아닐 까요. 예를 들면 저의 하루는 거의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무언가를 하고, 몇 시에 잠드는 것을 판에 박은 듯이 되풀이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러한 일상이 매우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젊은 시절이었다면 지루했겠죠. 행복은 지루한 때에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Q. 저는 <보노보노>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께서는 사람들이 <보노보노>를 좋아하고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보노보노>는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일상을 그린 것뿐으로, 거기에는 싸움도 승리도 성공도 없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인 보노보노의 배경에도 나타나 있죠. 보노보노는 해달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은, 진화 도중,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는데, 해달은 육지에 라이벌이 많아 살기가 힘들어서 바다로 돌아간 생물입니다. 그래서 헤엄도 서툴고 조개를 굳이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은 돌로 깨서 먹기도 하죠. 그러한 서투른 모습도 사랑받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Q. 작가로서 <보노보노>를 바라보는 관점과는 다른, 한 명의 독자로서 <보노보노>를 바라보는 시각도 가지고 계실까요? 만일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A. 만화가는 저자로서 자신의 작품을 읽을 수는 있지만, 독자로서는 읽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해도 타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닮았습니다만, 가끔씩 타인으로 보일때도 있죠. 이 녀석 누구였지? 하고 생각할 때도 있는. 그렸던 것도 까먹은 이야기를 볼 때면 그런 착각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요, 제가 그린 만화라서 그런지, 읽으면 당연히 재밌습니다(웃음).
Q. 보노보노는 친구들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여요. 작가님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친구의 의미가 <보노보노>에 반영됐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그 친구의 의미도 달라졌을 것 같거든요.
A. 친구에 관련된 이야기를 최근에 한지 얼마 안됐어요. 저는 친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친구가 별로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는 친구도 있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가며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사람과 아는 사이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친구’라고 부르기 힘든 사람이 늘어나기 떄문에, 아는 사람은 많지만 친구는 적어지게 되는 거죠. 그 다음은 결혼이네요. 결혼을 하면 친구가 적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은 남편에게 있어서는 부인이, 부인에게 있어서는 남편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Q. 작가로서 이가라시 미키오는 어떤 사람인가요? 작업하실 때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른 면이 있나요?
A. 별로 다른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중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만, 일이 끝나면 쓸데없는 얘기들만 늘어 놓네요 (웃음).
Q. 많은 창작자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합니다. 작가님께서도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하면서 생긴 노하우들이 있을텐데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세요? 또는 창작을 위해 가지고 있는 습관이 있나요? 그리고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A. 저의 데뷔 시절과 지금과는 만화계나 그것을 둘러싼 환경도 상당히 다릅니다만, 그것을 유념해 두고 말하자면, 어쨌든 다른 사람을 따라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지 않는, 자신에게 있어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면 그것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세계에 100만 명은 있을 것 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떠오를 때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그것이 만화가에게 있어서 연습시간이니까요. 창작을 위한 습관은 없습니다만, 매일 같은 컨디션을 유의하고 매일 같은 스케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창작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걸작을 만들었을 때의 기억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 다른 걸작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가 될 테니까요.
Q. 이와 함께 오랜 시간동안 작업하면서 생긴 작가님만의 작업의 규칙, 루틴, 직업병 같은 게 있나요?
A. 규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습니다만, 일하는 중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직업병이라고 부르기도 뭐하지만, 담배를 끊은 뒤로 부터는, 잠깐 쉬기 위해서 화장실에 가곤 했기 때문에 빈뇨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그걸 피해서 메일 확인을 하면서 한 숨 돌리고 있죠.
Q. 30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봤을 때 지금이라면 그리지 못했을 이야기나 지금이라면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나요? 그리고 작가님의 어떤 경험들을 그려보고 싶으세요?
A. 광고는 아니지만, 2020년부터 인터넷에서 <인간일생도권>이라는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매회, 가공의 인물이 태어난 뒤부터 죽을 때 까지의 모습을 8페이지로 그리는 것입니다만, 66세가 되었다고 해서 그릴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만년이 된 만화가로서는 바랄 것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내년에는 16년 만에 <보노보노> 오리지널 그림책을 출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의 아티스트인 이랑 씨와 주고받는 서간집,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를 2021년 12월에 한국에서 출간했습니다. 이것은 <보노보노>를 한국의 독자 분들이 읽어 주시지 않았다면 실현할 수 없었던 기획이죠.
Q. 마지막으로 행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잘 풀리지 않았더라도, 좋은 것, 나쁜 것, 평범한 것은 잘 풀리는 사람과 똑같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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