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클라우드서비스 운영사 아마존웹서비스(AWS) 모기업인 아마존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양자컴퓨터에 대해 현존 슈퍼컴퓨터 기반 3차원(3D) 시뮬레이션 기술의 한계를 넘어설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통적인 디지털 컴퓨터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미래에 실용화되는 양자컴퓨터로 풀린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는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AWS 리인벤트 2022 행사 기조연설에서 컴퓨터 기반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심스페이스 위버' 활용 사례를 설명했다. 심스페이스 위버는 지난 11월 29일 AWS 리인벤트 2022 행사 둘째날 아담 셀립스키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을 통해 먼저 소개된 AWS 클라우드 기반 3D 공간 시뮬레이션 도구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현실에 나타난 문제를 가상으로 재현해 보면서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쓰인다.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과 같은 특정한 현상 전체를 물리적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관찰하고 분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이용자가 많은 통행로에 화분같은 것을 둬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6m씩 '거리두기'를 하게 유도하는 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쓰였다.
보겔스 CTO는 "2000년대 많은 데스크톱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도구가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에 따른 제약을 많이 받았다"며 "오늘날에는 디자인, 금융, 에너지, 항공, 기후모델링 등 모든 산업마다 자체적인 시뮬레이션(도구)가 있고 앤시스같은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도 있고 AWS는 이 모든 산업별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지원)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자율주행차가 인공지능(AI)으로 실제 도로를 안전하게 달릴 만큼 발전했는지 검증할 수 있다. 현실에서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진행되는 삼림 자원 고갈과 같은 현상도 단 몇 시간 만에 확인하고 대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현실의 지리공간과 사물을 많이 고려할수록, 더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 할수록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
심스페이스 위버는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현상을 다루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만큼의 방대한 계산 자원을 AWS 클라우드로 제공한다. 수십만 그루 나무를 심어 생물 다양성을 장려하고 탄소를 포집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 것처럼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시공간을 다루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그만한 슈퍼컴퓨터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보겔스 CTO는 "교통량이나 공급망 인프라 등 여러 분야에 맞는 지리공간 시뮬레이션을 심스페이스 위버로 할 수 있다"며 "이 시뮬레이션으로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의) 시나리오를 모두 볼 수 있고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실험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고 (구상한 해법을) 현실에 적용하기 전에 적용해 보고 어떤 패턴이 나타나는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면서 "여러 규모가 있지만 대체로 '몬테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 반복 무작위 추출 방식)'을 쓰는데 이건 세상을 근사치로 접근하는 것이고 실제 세상을 만들기에는 아직 과제가 많다"고 했다. 더 복잡하고 현실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물리 엔진이 필요하고 '분자'와 같은 작은 사물을 시뮬레이션에 제약이 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페니실린 분자 하나를 기존 컴퓨터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2의 285승 비트'가 필요한데 이 수를 저장하려면 전 세계에 당장 필요한 디지털 컴퓨터보다 많은 저장소를 써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이런 분자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를 이용한 '큐비트(qubit)'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자연'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보겔스 CTO는 "양자 기반 시뮬레이션이 지금 슈퍼컴퓨터만큼 정확하지 않고 한창 개발 중이지만,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여러 회사가 있고 AWS는 그와 관련한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10년 전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금 해결하고 있듯이 10년 뒤 양자컴퓨터가 실현되고 이 분야 혁신이 계속 추진되면 기존 컴퓨터가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료 생산 업종의 관점에서 양자 시뮬레이션 활용 분야를 상상해 본다면 암모니아가 전 세계 가스 중 3%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식탁에 두면 아무 것도 안 해도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그 양이 얼마나 될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분야에 양자컴퓨터가 필요하고 양자컴퓨터가 실질적으로 미래의 현실을 만들어갈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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