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가 신·변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이어지는 등 전 세계에 코로나19 감염 물결을 다시 일으킬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퇴임을 앞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겸 백악관 대통령 의료 고문은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글로벌 보드룸에서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m-RNA 백신을 수입하고, 백신 접종률을 올려 대중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제로 코로나 완화로 중국의 고령 인구가 대규모 감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약 8500만명에 달하는 60세 이상 인구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는 3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
파우치 소장은 “(중국이)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작하거나 실행하지 않고 개방한다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규모 감염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전파되는 경우 바이러스가 변이할 충분한 기회가 된다”며 “잠재적으로 새로운 변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변종의 출현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한동안 중국 당국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중국 정부가 봉쇄를 백신 접종을 위한 기회로 사용하지 않은 점이 정책 결함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파우치 소장은 중국산 백신의 효능이 서방 백신의 효능에 못 미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은) 전 세계 대부분이 사용하는 효과적인 mRNA 백신, 즉 서방의 백신을 수입해야 한다"면서 "불행히도 중국산 백신은 여타 백신이 보유한 수준의 효능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거시 경제 컨설팅업체인 위그램캐피털어드바이저스는 중국 고령 인구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겨울에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최대 1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국의 섣부른 제로 코로나 완화를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달에 (중국의) 수많은 사람이 춘절을 축하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실수를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완화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산당은 준비가 됐든 안 됐든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ICU(중환자실) 병상과 의료진 부족, 80세 이상 인구의 40%만이 3차 접종을 받은 점 등을 들며, 준비가 안 된 제로 코로나 완화는 중국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의학 연구기관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설립자인 에릭 토폴 교수는 중국의 개방으로 새 변종이 창궐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효과적인 백신을 도입해 인구 전반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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