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현 네오밸류 부문대표 "건물 말고 라이프스타일을 팔아라"…MZ디벨로퍼가 도시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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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1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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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선동 루프스테이션 문화 랜드마크로 대성공

  • 루프스테이션 서울숲 이어 커넥트 오픈...성수동 일대를 NFT 메카로

정종현 네오밸류 콘텐츠부문 대표.


# 서울 종로구 익선동 '루프스테이션'에는 요즘 매일 수백 명이 몰려들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의 만찬 초대에 응하기 위해서다. 디올은 성수동 팝업스토어 후속작으로 익선동을 낙점하고 루프스테이션에 뷰티 팝업스토어 '꿈의 아뜰리에'를 꾸렸다. 디올이 실제 살던 대저택의 화려한 만찬장을 콘셉트로, 유럽 귀족들 연회장을 증강현실로 재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분석이다.

루프스테이션이 명품 브랜드 디올을 비롯해 LG전자,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곳을 무대로 각 기업들은 자신들 이야기를 아트쇼, 전시회, 클래식 공연, 강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오픈 약 7개월만에 주류와 먹거리 일색이던 익선동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루프스테이션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벨로퍼의 나아갈 길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성과 뒤에는 디벨로퍼 '네오밸류'에서 콘텐츠 개발을 총괄하는 정종현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도시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며 "디벨로퍼가 단순히 공급자 입장에서 건물을 짓고 팔아 이익을 남기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기업명인 네오밸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의미다. '새로운'이라는 의미를 지닌 '네오(Neo)'와 '가치'라는 뜻인 '밸류(Value)'를 더했다. 그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선택하는 것들의 경계가 갈수록 분명해지고, 부동산 업황이 위기일수록 자기 정체성이 확실한 디벨로퍼만이 살아남는다"면서 "우리는 건물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네오밸류는 2005년 설립된 이후 경기 구리갈매(1196가구), 위례1·2차(400가구·495가구), 앨리웨이 광교(1240가구), 앨리웨이 인천(1897가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상복합시설을 공급했다. '디벨로퍼 업계 MZ세대'로 불리는 이유는 전 직원 중 90% 이상이 20·30대 젊은 층으로 구성된 이유도 있지만 기업의 영속성을 추구하는 방식이 기존 디벨로퍼와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신도시에 상가를 만들어 분양하면 대부분 1층에는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프랜차이즈, 부동산 등 한정된 업종만 들어온다"면서 "천편일률적인 상품 공급이 상가 수익성을 높일 순 있겠지만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 디벨로퍼가 추구해야 할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존 디벨로퍼와 달리 상가를 직접 운영하면서 키테넌트(상가나 쇼핑몰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점포)를 유치해 건물과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 최근 인기인 밀도, 스트롤, 두수고방 등의 브랜드를 앨리웨이 광교에서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단순히 껍데기만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공간의 콘텐츠가 지역민과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 예측하고 운영까지 책임질 때 비로소 디벨로퍼의 일이 완성된다"면서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동네, 모이고 싶은 공간을 만들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네오벨류가 집중하는 분야는 부동산과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접목한 도시 개발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역 인근에 국내 최초로 NFT 전용공간으로 준비 중인 '루프스테이션 서울숲'이 대표적이다. 이곳을 NFT 관련 기업들이 모여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이루고 관련 콘텐츠 및 세미나, 포럼, 이벤트, 전시 등 다양한 도시문화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정 대표는 "성수동은 낡은 공장과 독특한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힙스터와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고 참신한 콘텐츠가 많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나 개념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면서 "넓은 평지, 뛰어난 강남 접근성, 준공업지역이라는 독특한 배경 덕분에 신생 리테일이 계속 유입되고 각종 투자사들도 관심이 높아 NFT 사업 거점으로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성수동에 또 다른 NFT 공간인 '루프스테이션 커넥트'도 2025년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곳은 디지털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디지테인먼트를 콘셉트로 설계된다.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해 일대를 '문화적 랜드마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고층부에는 루프스테이션 서울숲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NFT 커뮤니티 오피스도 들어선다. 

정 대표는 "성수동에는 디지털, IT, 엔터테인먼트 등 기업과 크리에이터들이 몰리고 있어 NFT 산업 발전 잠재력이 크다"면서 "단순 프로젝트별 협업 외에도 VC(벤처캐피털), 인큐베이팅 등 실제 투자 유치와 메타버스, 디지털갤러리 등 문화 기능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프스테이션 서울숲, 루프스테이션 커넥트 외에도 성수 일대에 2~3개 프로젝트를 추가로 개발해 성수동을 NFT 메카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홍대, 성수 등 서울 주요 도심에서 주거·상업·문화시설 등을 아우르는 도시재생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지역을 재해석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게 아니라 과거의 아이덴티티를 현재의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것"이라면서 "용산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개발하기 위해 전자와 IT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클러스터를 만들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다채로운 매력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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