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최기원 판사)은 이집트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자국인 이집트에서 쿠데타 반대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수차례 참가했다. 이로 인해 2017년 이집트 안보 당국에 체포돼 약 한 달간 감금 상태에서 자백 강요와 고문 등을 당했다.
A씨는 반정부 단체 회원으로서 테러 행위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연이어 구금됐다가 약 3주 만에 보석을 통해 석방됐다. 매주 1회 안보기관에 출석해 신상을 보고하는 것이 A씨의 석방 조건이었다. A씨는 같은 조건으로 석방된 친구가 다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 2018년 2월 도피 목적으로 출국했다.
재판부는 박해 경험에 관한 진술이 합리적이고 수긍할 만하다고 보고,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체포·구금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미결구금명령서와 경찰 조사록 등도 원 작성자에 의해 제대로 작성됐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 조국의 현재 상황에 비춰보면 반정부 시위 참여자에 대한 탄압은 현재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귀국할 경우 다시 체포되거나 강제 실종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판시했다.
최근 법원이 난민 인정 사유를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했다는 법조계의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 10월 서울고법은 트랜스젠더인 말레이시아인 B씨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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