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에 대한 실질적인 세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 하락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는 보유세를 비롯해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선정 등 67개 행정제도 기준으로 사용돼 이번 하향 조정에 따른 실질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단독주택 공시가 5.95% 하락···공시가 현실화율 2020년 수준 회귀
14일 국토교통부는 내년도 전국 표준지(토지) 공시지가 변동률을 –5.92%, 단독주택 변동률을 –5.95%로 하향했다. 이에 따라 표준지 공시지가는 올해 10.17%에서 1년 만에 16.09%포인트나 낮아졌다. 표준 단독주택도 올해(7.34%) 대비 13.29%포인트 하락했다.
내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5.4%로 올해(71.4%)보다 낮아져 2020년 현실화율(65.5%) 수준으로 조정됐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올해 57.9%에서 53.5%로 하향돼 2020년(53.6%) 수준으로 조정됐다.
현실화율이 하향 조정되면서 전 지역에서 공시지가가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경남(-7.12%) 하락률이 가장 컸고 이어 제주(-7.09%), 경북(-6.85%), 충남(-6.73%), 울산(-6.63%) 순이었다.
전북(-6.45%), 충북(-6.43%), 인천(-6.33%), 광주(-6.27%), 전남(-6.13%), 대전(-6.10%), 대구(-6.02%) 등도 6%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울은 5.86% 하락했고 강원(-5.85%), 부산(-5.77%), 경기(-5.51%), 세종(-5.30%) 등도 하락했다.
표준지 이용 상황별로는 임야가 6.61% 하락해 가장 크게 떨어졌고 농경지(-6.13%), 주거용(-5.90%), 공업용(-5.89%), 상업용(-5.88%) 순이었다.
20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표준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당 공시지가는 올해보다 7.9%(1490만원) 내린 1억7410만원을 기록했고, 공시지가 2위인 명동 우리은행 본점 부지는 ㎡당 1억8750만원에서 1억7270만원으로 7.9% 떨어졌다.
◇서울 '강남 3구' 공시가가 최대 하락
특히 서울 표준주택 가운데는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하락률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 강남구는 –10.68%로 서울에서 가장 크게 하락했고, 이어 서초구(-10.58%), 송파구(-9.89%) 등으로 강남 3구 하락률이 1~3위를 차지했다.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동구(-9.46%)와 동작구(-9.38%) 등도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중고가 주택이 밀집한 '마용성'에서는 용산구(-9.84%)가 가장 크게 하락했고 마포구(-9.64%), 용산구(-7.58%)가 뒤를 이었다. 노원구(-6.16%)·도봉구(-4.55%)·강북구(-4.73%) 등 '노도강' 지역 하락률은 서울 평균(-8.55%) 이하를 나타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가 주택에 비해 현실화율이 높게 책정됐던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일수록 현실화율 하향 조정에 따른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가 주택도 세금 부담 완화···내년 최대 20% 하락 전망
공시가격 하락은 과세표준을 낮춰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아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공시가 하락에 따른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내년에는 올해보다 20%가량 세금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령 실거래가 17억원인 단독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372만원에서 내년에는 312만원으로 16.1%(약 60만원) 줄어든다. 공시가격이 올해 14억3520만원에서 내년에는 12억8010만원으로 조정된 결과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가운데 가장 비싼 이명희 신세계 회장 명의의 서울 한남동 자택(주택 연면적 2862㎡)은 공시가격이 올해 311억원에서 내년에는 9.87% 떨어져 280억3000만원으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보유세는 올해 5억5310만원에서 내년에는 4억8090만원으로 13% 줄어든다.
만약 이 회장이 1주택자라고 가정하면 연령 등을 고려해 80% 세액 공제를 받아 보유세는 올해 1억8466만원에서 내년 1억6285만원으로 11.8% 감소한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2위인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의 강남구 삼성동 단독주택(2617㎡) 보유세는 올해 3억1272만원에서 내년 2억5607만원으로 18.12% 감소한다. 해당 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205억9000만원에서 내년 182억원으로 11.6% 줄기 때문이다. 1주택자 세액 공제를 받을 경우 세 부담은 1억1135만원에서 9428만원으로 15.3% 줄어든다.
한편 표준주택 25만가구 가운데 1주택자 기준 현재 종부세가 면제되는 공시가격 11억원 이하는 24만7090가구로 전체 중 98.8%를 차지했다. 11억원 초과 주택은 2910가구로 1.2%다.
국토부는 "이번 공시가격은 소유자와 지자체 의견 청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3년 1월 25일 공시된다"면서 "내년 1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지자체에서 이를 토대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해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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