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주식시장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웃지 못했다. 한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연초 이후 부진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로 베팅한 종목들이 모두 큰 하락률을 보여 손실을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올해 122억2281만 달러(약 15조5474억원)를 순매수했다. 올해 다우존스지수(-8.63%),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19.3%), 나스닥지수 (–32.9%) 등 부진했지만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세는 꺾이지 않았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테슬라다.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테슬라 주식 27억5602만 달러(약 3조4918억원)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28억 달러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도 투자자들의 테슬라를 향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테슬라 주가가 부진했단 것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78.85%나 떨어졌다. 지난 8월 270∼300달러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지난달 200달러선도 밀리면서 현재 12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10월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후 연일 실언과 기행을 보이자 주가도 끝없이 미끄럼을 탔다.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베팅한 종목 역시 우울하다. 투자자들은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를 26억4983만 달러(약 3조3570억원)를 사들였지만 이 ETF는 연초 이후 65.04% 하락했다.
’TQQQ‘라는 티커로 유명한 이 ETF의 인기는 테슬라만큼이나 치솟았지만 수익률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 ETF는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나스닥100지수가 1% 오르면 3%의 수익률을 얻는다. 나스닥100지수는 연초 이후 32.69% 하락하며 부진했다.
투자자들은 티커명 ’SOXL‘로 유명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도 15억7729만 달러(약 1조99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ETF는 미국 반도체지수 수익률 3배를 좇는다. 올해 반도체업종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SOXL 역시 연초 이후 –85.6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TQQQ와 SOXL은 변동성이 큰 만큼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주요 단타 종목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올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6억4935만 달러)와 빅테크 기업인 애플(5억490만 달러), 알파벳A(4억5851만 달러) 등도 순매수에 나섰다. 다만 이들 종목 역시 올 들어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와 알파벳A는 각각 48.30%, 38.40% 하락해 부진했고, 애플도 25.74% 내렸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도 10월 이후 점차 하락세를 지속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률 방어 효과도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내년 미 증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선 내년 상반기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기 침체의 연착륙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을 보이고 있고 공급망 불안도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OECD 경기 선행지수의 하향 조정폭이 점차 완화되고 있어 과거 흐름을 감안하면 2분기에는 경기가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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