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천재' 일론 머스크의 돌발행동, 테슬라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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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12-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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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의 천재적 명성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WP)가 테슬라의 주가 하락 사태를 꼬집은 기사다. 머스크를 천재라고 부르면서도 명성이 추락하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중하면서 테슬라 주식이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며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주목했다. 산타랠리가 실종된 연말 미국 주식시장에 시장의 관심사는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는 주식시장에서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1주당 400달러(약 50만8000원)가 넘어 '400슬라'(액면분할 후 기준)로 불렸던 테슬라지만, 1년이 조금 더 지난 현재(27일 장 마감 기준) 주가는 109.10달러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지금 추세면 머지않아 100달러 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73% 가까이 추락했다. 기업가치도 폭락했다. 테슬라의 시총은 지난해 최대 1조2400억 달러(약 1574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3890억 달러까지 떨어진 가운데 시총 순위도 20위까지 밀려났다. 주가가 하락하자 테슬라 주식의 14%가량을 보유한 머스크는 '세계 최고 갑부' 자리도 넘겨줘야만 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에서의 독보적 위치에 힘입어 나스닥 대장주로 꼽히던 테슬라였다. 아무리 약세장이라고 주가가 이 정도로 급락한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0월 미국의 골드만삭스도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당시 217.24달러보다 40% 높은 305달러로 봤다. 전기차 보급 확대 분위기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훈풍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투자 의견은 '매도'가 아닌 '매수'였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믿음은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천재' 경영자 일론 머스크였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트위터 인수 후 머스크의 행보가 문제였다. 머스크는 트위터 경영에서 돌발 행동을 반복했다. 자신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기자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켰다. 동시에 예고 없는 대량 해고로 소송에 휘말리고 언론 대응팀마저 없애는 기이한 행보를 이어갔다. 

머스크의 행동을 본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10월 27일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테슬라의 주가는 200달러도 150달러도 120달러도 저지할 수 없는 추락이 계속됐다. WSJ는 "트위터에 집중하는 행동이 테슬라 주주를 짜증나게 한다"고 비판했다. 산타클라라 대학 조엘렌 포즈너 교수는 "머스크의 평판이 기업과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 경영에서 각종 돌발 행동을 하지 말고 기존에 하던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지난 19일 머스크는 자신의 사임을 묻는 투표를 트위터에 올렸다. 1700만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사임에 찬성하는 의견이 57.5%나 됐다. 돌발 행동을 강행하는 머스크의 경영에 대다수가 회의적이라는 의미다. 지금 머스크에게 필요한 것은 트위터 경영을 전문인에게 맡기고 테슬라에 집중하는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테슬라를 막아낼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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