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RA 피해는 조지아주 2.3조 인센티브 능가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IRA 적용 3년 유예가 불발될 가능성을 대비해 멕시코와 캐나다로 급선회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앞서 미 조지아주는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유치하고자 총 18억 달러(약 2조3000억원)의 인센티브를 제시한 바 있다.
세부 인센티브 항목은 2023년부터 26년 동안 4억7200만 달러의 재산세 감면혜택부터 향후 5년 일자리 창출 대가로 2억1200만 달러의 소득공제, 도로 건설 2억 달러 등 현대차가 공장 준공에 투입하는 55억 달러의 33%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러한 인센티브보다 IRA 시행으로 인한 전기차 판매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이달 말 발표하기로 한 IRA의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 조건’에 대한 세부지침 공지를 내년 3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IRA의 핵심조항인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은 그대로 두고 하위 규정 시행만 연기한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산 전기차의 차별 해소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IRA 하위 규정이 완화돼도 최종 조립규정을 손보지 않는다면 현대차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 현대차가 생산 인프라를 멕시코와 캐나다로 돌릴 가능성은 충분한 명분을 쌓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 협정에 근거해 IRA 인센티브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미 본토 IRA를 피한 우회 진출이 가능한 셈이다. 또한 연 30만대 생산이 가능한 기아 생산공장을 보유했고 현대모비스, 만도 등 국내 부품업체가 다수 진출해있다. 기존의 기아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개조하면 전기차 혼류 생산이 가능하다.
멕시코 내수 시장 확대도 타진해볼 수 있다. 멕시코 내수는 한때 150만대까지 성장했으나 코로나19 타격에 100만대 아래로 추락했다. 다만 내년부터 회복세가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때 멕시코에서 11만9249대(소매기준)의 판매량을 보였다. 100만대 규모 기준으로 11.9%의 적잖은 비중이다.
캐나다는 현대차‧기아가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지만 멕시코보다 높은 내수 시장(약 200만대 규모)에 판매량(현대차‧기아 2021년 소매기준 21만376대)도 수위를 다투고 있다. 생산 인프라를 갖춘다면 가격경쟁력 확보로 더 많은 판매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주요국 경기침체와 미 금리 인상, 원자재값 상승 등의 각종 악재로 자금 경색이 두드러지고 있어 내년 판매 부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는 재고량이 넘쳐나자 최근 대대적인 판매 할인에 들어갔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대외적 여건이 최악을 거듭하는 중에 다양한 카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IRA 맞불작전…전기차 보조금, 수입차 차별 노골화
우리 정부도 IRA에 대한 불만을 수면 위에 올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자동차업계에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전달하면서 직영AS센터가 없는 수입차 업체의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직영AS센터가 없는 업체의 전기차는 전비·주행거리에 할당된 최대 500만원의 보조금 중 절반만 받을 수 있다. 전비·주행거리가 우수하더라도 최대 250만원이 깎이는 것이다.
여기에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빼내 가전제품에 사용하는 V2L 기술 차량에 신규 보조금 15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조항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V2L 기술은 현대차‧기아만 적용돼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러한 방안은 수입차 업체들의 반발을 각오하고 IRA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라며 “IRA 유예를 조기 확정하면 차별조항이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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