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비명] 지방행 등 떠미는 정부 vs 버티기 나선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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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1-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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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정부 이후 공공기관 지방행 2차 러시

  • 지자체 사활 건 유치전, 기관들은 신중론

  • 산은, 부산 이전 가능성에 퇴사 비율 급등

  • 인력 유출, 경쟁력 약화 방지책 마련 절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시도하는 이사회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본격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공공기관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관 유치에 사활을 건 반면 해당 기관 임직원들은 지방 이전 시 퇴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파열음이 클 수밖에 없다. 
 
산은 부산행에 노조 감사 청구···법 개정 최대 난관
1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 중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하반기 중 이전이 가능한 기관부터 지방으로 내려보낼 방침이다. 이전 대상 기관은 350여 곳에 달한다. 

참여정부 시절 공공기관 대규모 지방행에 이어 2차 이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가장 큰 이슈다. 올해 관련 예산 68억원이 책정되면서 사실상 '첫 단추'를 끼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산은 노동조합은 감사 청구로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감사원에 부산 이전이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담은 국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해 적법성을 따져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은법 개정이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산은법 제4조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어 본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한다.

산은을 시작으로 지방 이전이 금융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는 산은과 함께 수출입은행과 수협중앙회 이전까지 바라고 있다. 대구시는 IBK기업은행 이전을 우선 순위에 두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전라남도는 농협중앙회, 강원도는 한국은행 이전이 숙원이다. 
 
지자체 유치전 '활활'···기관들은 전전긍긍
지자체들은 중앙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량 공공기관 유치는 많은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호재이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규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른 해법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공공기관은 전국 12개 혁신도시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지역은 이미 '공공기관 유치 태스크포스(TF)' 등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부지 마련 등 지원안을 수립 중이다. 

정작 당사자인 공공기관은 이 같은 분위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등에 소재한 기관들은 뜬소문에도 직원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그간 지리적 이점 덕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고급 인력을 확보했는데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퇴사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산은은 부산 이전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지난해 이후 퇴사자 수가 93명에 달했다. 이는 정년퇴직과 만 57세 이상 임금피크 대상자를 제외한 수치다. 재직 기한이 많이 남은 직원이 중도 퇴사한 비율이 예년보다 2배 정도 뛰었다는 게 내부 분석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직 지방 이전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이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전년 대비 입사 지원 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지방 이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을 질적으로 높이고 지역 특성 산업과 연계성을 극대화하는 등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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