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규제와 진흥 사이...디지털 플랫폼 논의,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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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3-01-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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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플랫폼, 전통 산업 혁신 위한 주요 동력으로 주목

  • 대형 사업자 중심 독과점 우려...공정경쟁 위한 규제도 논의

  • EU, 빅테크 플랫폼 중심 의무·금지사항 마련...5월부터 적용

  • 자율규제 중심·진흥 추진하는 한국...올해 가시적 성과

디지털 플랫폼 관련 주요 입법 현황과 국내 시장 동향 [그래픽=임이슬 기자]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 혹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종사자를 소비자와 연결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말한다.

애플 앱스토어나 유튜브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앱스토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소비자를, 유튜브는 동영상 제작자와 시청자를 연결한다. 배포 인프라가 없는 소규모 공급자도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다수 소비자와 만날 수 있어, 디지털 시장 성장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배달, 쇼핑, 교통, 숙박 등 물리적인 서비스나 의료·법률 등 전문 서비스와도 연계하면서 시장 활성화와 함께 플랫폼 종사자라는 신규 직업도 창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신규 비즈니스 중 70% 이상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세계 기업 매출 중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기술적 측면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 발전으로 서비스 고도화가 기대되며, 금융 등 폐쇄성이 강한 전통 분야에서도 플랫폼을 통한 혁신 서비스도 등장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플랫폼 확산에 따른 역기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다. 법률이나 의약·의료 등 전문직 중심인 서비스에 플랫폼이 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또 배달이나 웹툰작가 등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고용 안정이나 과도한 수수료 등도 도마에 올랐다.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우려도 있다. 기업이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도입하는 알고리즘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역시 핵심 이슈다. 이 밖에도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사업자를 차별하는 등 불공정 행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플랫폼 생태계 내 갈등을 해소하고 혁신 서비스를 진흥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서비스법 패키지' 시행···빅테크 플랫폼 규제 강화하는 EU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은 2020년부터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2022년 3월 디지털시장법(DMA)과 2022년 4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합의했다. 이른바 디지털서비스법 패키지다.

DMA는 지난해 11월 1일(현지시간) 공포돼 6개월 뒤인 오는 5월부터 빅테크 기업에 적용된다. DSA는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공포됐으며 2024년 2월 중순부터 적용된다. 일부 기업은 DMA와 DSA가 모두 적용되지만 적용되는 조항과 유형은 서로 다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두 법안은 EU 권역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 규칙으로 △사용자의 기본권 보호를 통한 안전한 디지털 공간 형성 △유럽 시장의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정경쟁의 장 구축 등이 주요 목적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소비자 혁신과 역내외 무역을 촉진하면서 EU 사업자의 해외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법 상품이나 서비스, 온라인상 허위정보 확산, 유해한 목적의 알고리즘 조작 등 오용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5월부터 시행되는 DMA에는 게이트키퍼라는 개념이 있다.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시장(자사 플랫폼)에 진출하는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최근 3년간 EU 매출액 75억 유로(약 10조656억원) 이상이거나 지난 회계연도 글로벌 기업가치가 750억 유로(약 100조6566억원) 이상인 기업이 EU 회원국 3개 이상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면 게이트키퍼에 해당한다.

또한 3개 회계연도 동안 월간 최종 활성 사용자 수가 4500만명 이상 혹은 연간 입점 기업 수가 1만개 이상인 확고한 사업자도 게이트키퍼로 지정된다. 주요 적용 대상은 아마존,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다.

게이트키퍼에는 의무사항과 금지사항이 적용된다. 의무사항은 △손쉬운 선탑재 앱 삭제 △운영체제·웹브라우저 등 기본 설정 변경 허용 △타사 앱 또는 앱 마켓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 △사용자가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허용 △입점 기업이 게이트키퍼 플랫폼 활동으로 생성된 데이터에 접근 허용 등이다.

애플을 예로 들면 그간 자사 앱스토어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타 사업자가 iOS 앱 마켓을 구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게이트키퍼 의무사항이 적용되면 EU 시장에서 타 앱 마켓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사이드 로딩'을 허용해야 한다.

금지사항은 △게이트키퍼가 자체 플랫폼에서 입점 기업과 경쟁할 때 입점 기업 데이터 사용 금지 △자사 제품·서비스를 타사 제품·서비스보다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하는 행위 금지 △자사 앱 마켓 입점 조건으로 결제 시스템 등 특정 서비스 사용 요구 금지 △표적 광고 목적으로 플랫폼 외부(서드파티)에서 사용자 추적 금지 등이 있다.

이러한 의무·금지사항을 위반하면 직전 회계연도 기준 총 매출액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기존 규제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받는다.

◆자율규제 논의하는 한국···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혁신 추구

국내에서는 플랫폼에 대해 자율규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이 스타트업, 소상공인, 창작자 등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해관계자 갈등이나 불공정 행위 논란 등도 존재하는 만큼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혁신을 모두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쇼핑·유통 플랫폼이 물류 기술이나 로봇 기술 등에 투자하며 기술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한편 특정 기업에 대한 데이터 집중이나 기술 독점 등 부작용 문제가 제기된다.

플랫폼이 소규모 사업자에게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플랫폼 중심 유통구조는 수수료 인상이나 자사 서비스 우대 등 독과점 지위 남용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고용 창출 효과 역시 긍정적이지만 법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 노무 환경 개선도 주요 문제로 꼽힌다.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처럼 독과점 사업자의 서비스 장애가 소비자와 입점 기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내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를 논의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 법안'이, 2021년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중복 규제라는 지적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는 디지털 플랫폼 분야 자율규제가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논의 방향성도 바뀌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세계를 선도하는 플랫폼산업 육성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건강한 플랫폼 사회 구현 등 3대 추진 전략을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우선 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 플랫폼이 해외 대형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도록 대규모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도입을 지원한다. 또 신구 산업 간 이해 갈등에 대해서는 전문위원회나 조정기구 등 조직을 신설하고, 갈등 해결형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를 지원한다. 또한 유망 플랫폼에는 해외 진출을 지원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플랫폼에 입점한 스타트업이나 창작자도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는 민간 주도 자율규제를 안착시킨다. 지난해 8월 출범한 플랫폼 자율기구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자율규제 실효성을 높인다. 또한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독과점 문제와 관련해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인수합병 심사 기준 개정 등을 통해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해서도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AI를 활용한 검색·추천 서비스 노출 결과에 대해서도 서비스 투명성 권고안을 마련하고,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입점 업체의 접근성 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법제를 마련한다.

재난·재해 등에 대응해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 이용 환경도 조성한다. 일정 규모 이상인 데이터센터나 부가통신사업자를 재난관리 의무 대상에 추가하는 한편 설비분산·다중화 등 서비스의 생존성과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온라인 판로를 지원하고, 플랫폼 종사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 확대와 직종·수준별 특화훈련 제공을 통해 복지를 향상한다.

◆규제와 진흥, 세계적 논의 지속···해외 사례와 한국 특수성 모두 살펴야

플랫폼 규제 방안에 대한 국가별 추진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소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제 집중을 막기 위해 '플랫폼 독점 종식법' 등 5개 플랫폼 규제 패키지 법안이 2021년 6월 발의됐다.

주요 대상은 월 활성 사용자 5000만명 이상, 입점 기업 10만개 이상,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742조6140억원)인 기업으로, DMA와 비교해 더 큰 규모인 기업이 해당한다. 이들은 이해상충 금지, 경쟁자 인수 시 시장 독점 입증 책임, 제3사업자 차별금지 등이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중국은 사업자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한다. 2021년 2월 '플랫폼 경제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10월에는 초대형 플랫폼, 대형 플랫폼, 중소형 플랫폼 등을 구분해 책임 이행 의무를 차등 부과했다.

일본은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플랫폼의 자주적 대응을 기본 원칙으로 2020년 6월 '특정 디지털 플랫폼 투명성과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아마존, 라쿠텐, 야후 등 쇼핑플랫폼, 애플과 구글 등 앱 마켓 플랫폼, 페이스북 등 광고 플랫폼이 이에 해당하며, 자율적 절차와 체계 등을 공시하고 자기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열린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최종 보고회에서 "주요 국가에서 빅테크 규제를 입법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율규제라는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갈등 해결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며 "민간 자율기구를 통한 자율규제를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갈등이 첨예한 분야는 정책적 실험을 통해 해결해 2023년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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