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도 투자했다면 투자사로부터 약속한 수익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투자자 A씨가 전자제품 개발‧판매업체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07년 B사에 입사해 1000만원을 투자하면서 ‘B사가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이 발생하면 수익금의 10%씩 지급하되 A씨가 투자금의 5배를 받을 때까지 지급한다’는 조건의 투자협정을 맺었다.
이후 B사 대표는 회사 제품이 곧 출시된다고 전자제품 유통 점주들을 속여 유통점 계약 신청금과 제품 선급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A씨는 B사가 민법상 '계약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이미 계약 조건을 달성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2017년 투자금의 5배인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심은 매출 발생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B사의 행위가 '조건 성취 방해'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민법상 '조건 성취를 방해한 때'는 사회 통념상 방해가 없었다면 성취가 이뤄졌을텐데, 방해 때문에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의했다. B사는 애초부터 조건 달성 가능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와 B사가 사업 준비 단계에서 투자협정을 맺으면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B사 대표가 매출 창출 능력이 없음에도 선급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 등을 고려해 방해 행위가 없었어도 조건 성취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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