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돌아오라는 IT업계..."업무 효율 한계" vs "복지 앗아가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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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01-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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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SKT·디즈니·스냅 등 국내외 IT 기업들 출퇴근제로 복귀

  • 실적 부진 극복하고 미래 변화 대처 위한 결정...직원들 "근무조건 변경" 반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상 복귀'에 속도가 붙음에 따라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IT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업무 효율과 팀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장기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일반 출퇴근제로 전환하는 기업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3월부터 '오피스 퍼스트(사무실 우선)' 근무제도를 발표한 카카오에 이어 SK텔레콤(SKT)도 2월부터 완전 재택근무에서 주1회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SKT는 회사가 AI 컴퍼니로 전환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구성원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근무제도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에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출퇴근제로 전환했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지난해 6월부터 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다. 

게임 업체들이 재택근무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작 출시 지연이다. 개별 작업은 재택근무로도 충분하지만 게임을 완성하려면 팀간 협업이 꼭 필요한 만큼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지연된 신작을 빨리 완성함으로써 올해 실적 반등을 끌어낼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디즈니, 스냅 등이 연초부터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출퇴근제로 복귀를 선언했다.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근무 유연성보다 효율성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디즈니 전 직원이 주 4일은 사무실로 출근해 일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회사 실적 부진이 있다. 밥 차펙 전 대표의 경영 실적 부진으로 디즈니 주가가 40% 폭락한 상황에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전 직원 출퇴근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아이거 대표는 "(내 결정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고 내가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밀 SNS 스냅도 2년에 걸친 재택근무를 끝내고 1월부터 사무실로 복귀했다. 에반 슈피겔 스냅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주 4일은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 스냅의 근무 정책 변경도 성장세 둔화로 인한 지난해 실적 악화가 이유로 꼽힌다. 

이런 기업들 행보를 두고 직원 반발도 확대될 전망이다. 재택근무가 단순 '직원복지'를 넘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근무조건'이 된 상황에서 사측이 근로자와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재택근무를 변경·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사람인이 지난해 6월 성인 남녀 45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53.1%가 입사 기업 선택 기준에 재택근무가 포함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기관 퀄트릭스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정규직 근로자 1031명 중 18%가 회사가 출근제로 전환하면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목했다. 경총이 매출 100대 기업(66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택근무 업무 생산성은 출퇴근제 대비 80~89%에 불과하다고 답한 곳이 21곳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재택근무로 인해 직원들은 87%가 스스로 생산적으로 여기는 반면 기업 임원들은 85%가 재택근무로 인해 직원 생산성 확인이 어려워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업계에선 재택근무 변경·폐지가 단순 직원 복지를 넘어 근로조건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노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근로조건으로 인정받으면 노조가 이를 두고 단체교섭뿐 아니라 쟁의행위까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윤미 더바름노무법인 노무사는 "재택근무 변경·폐지는 일차적으로는 회사와 직원 간 근로계약에 따라야 한다"며 "재택근무는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겠으나 단체협약에 재택근무에 관한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면 관련 쟁의행위는 부당한 것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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