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카드·캐피털사의 신용대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여신금융협회의 중금리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카드·캐피털사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8753억원으로, 3분기(2조8662억원) 대비 1조9909억원(-69%) 줄었다. 1분기 2조1100억원, 2분기 3조6549억원 등 1∼3분기 중 2조∼3조원대 대출액을 유지하다가 4분기 들어 갑작스레 1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 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대출상품명과 관계없이 정부가 제시한 업권별 '민간 중금리 대출' 요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해당 대출에 규제상 인센티브를 부여, 대출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도하는 구조다. 차주의 신용도가 하위 50%여야 하고 금리가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카드사는 연 11.29%, 캐피털사는 연 14.45% 이하여야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작년 4분기 대출금리 급등이 중금리대출 급감의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금리 대출로 인정되는 금리 상한은 고시금리로 고정돼 있는데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다 보니 자연히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신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작년 12월 말 기준 주요 카드사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외부 신용평가사 신용평점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도 연 11%대 이상이었다. 카드·캐피털사 입장에선 보증기관 보증도 없이 신용만으로 중저신용자에게 연 11.29% 이하로 대출을 해줄 유인이 없었던 셈이다.
애초 여전사들이 유동성·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카드·캐피털사의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고, 일부 캐피털사의 경우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출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또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여전사들로서는 불경기 때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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