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가 '명품' 강화를 위해 조직까지 바꾼다.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 시기인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는 매출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명품을 꼽는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31.5%를 기록했다. 백화점 구매 고객 10명 중 3명이 명품을 구매한 셈이다. 같은 기간 명품 매출 증가율도 32.9%에 달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기업들은 명품 조직을 특화하거나 명품 전문가를 MD부문 수장으로 적극 영입하고 있다. 명품 유치 강화를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신세계는 최근 이길한 전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주축으로 미래혁신추진단을 신설했다. 박승석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무, 김현진 까사미아 상무 등 계열사 임원급도 추진단 전력에 힘을 보탰다. 미래혁신추진단은 백화점 부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과 미래 전략 준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또한 본점 근처에 샤넬 VIC 전용 부티크를 개점하기로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샤넬 VIC 매장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을 아우르는 상위 1% ‘슈퍼 리치’를 위한 ‘VIP 숍’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샤넬은 올해 아시아 지역에 프라이빗 부티크를 개점 계획을 시사해왔다.
롯데백화점은 2개로 구분됐던 MD(상품) 본부를 통합하고 이효완 전무가 본부장을 맡았다. 이 전무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영입한 인물로 △지방시 △펜디 △샤넬 등을 거친 명품 브랜드 전문가다. 직접 명품 브랜드를 관리·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임원을 구매 총괄로 발탁한 것이다.
브랜드 유치와 점포 리뉴얼을 담당할 스토어디자인 부문에는 안성호 상무를, 영업전략 부분장에는 이승희 상무를 각각 임명했다. 두 임원 모두 롯데백화점에 입사하기 전 신세계백화점에서 각각 디자인담당과 경기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현대백화점은 해외 럭셔리 사업부 내에 '해외MD 전략' 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명품 브랜드 판매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개 점포에 브랜드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난해에는 판교점에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가 입점했고 더현대서울에는 디올을 유치하기도 했다.
백화점 조직 변화는 올해 예상되는 소비 침체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명품 매출은 경기 민감성이 적고 오히려 불황일 때 매출 비중이 오르는 효과가 크다.
코로나19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점포 11개 중 절반 이상인 6개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유치했다.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은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명품 불패 신화는 진행 중이며 오픈런이 일어나는 등 한층 과열되는 양상"이라며 "물가 인상으로 소비 전반이 침체되지만 명품 매출을 건재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명품 유치에 백화점이 사활을 걸고 있다. 조직 개편 역시 명품 강화를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