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급격한 시장 변동성으로 1400원대를 웃돌던 달러화가 최근 1200원대로 낮아지며 안정화된 모습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당시와 같은 달러가치 급등 상황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달러가치의 약세 전환으로 기업 운전자본과 투자자들의 위험선호현상이 확대되고 그로 인해 국내 무역 역시 예상보다 빠른 개선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시각이다.
1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공동세미나'에서 '세계경제 전망과 글로벌 교역' 제하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 국장은 "실물부문의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심화로 인해 기업의 운전자본(Working Capital) 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금융여건이 공급망 고도화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실물부문의 세계화가 금융부문의 세계화와 동시에 발생한 현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실물-금융 간 연계는 필연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신 국장은 그간 달러화 추이를 더블유(W) 형태로 비유했다. 지난 1985년 봄 고점을 찍었던 달러화가 2002년, 그리고 지난해(2022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단기간 내 급격하기 오르며 정점을 찍어왔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특히 지난해 10월 환율 급등 상황과 관련해 "작년 가을에 과거 기록을 경신하느냐 마느냐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는데 갈아치우진 않았고 다시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다"며 "중요 통화의 움직임을 봤을 때 달러가치는 일단 정점을 찍은 상태로 현재는 내리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달러화에 대해 현 물가 전망과 통화정책이 별다른 변수 없이 유지되는 한 안정화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국장은 향후 달러화 추세 전망을 묻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질문에 대해 "환율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중 통화정책도 큰 몫을 차지한다"면서 "오늘 저녁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통화정책 발표가 있을 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도 (한은과)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고 안정된다면 추가 긴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텐데 그렇게 되면 달러도 더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많지 않다"면서 "기대반 예측반이긴 하나 달러화가 어느정도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이같은 달러화 안정화 추세가 무역 등 실물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신 국장은 "금융여건이 달러가치를 동반해 같이 움직여 약달러 체제로 전환된다면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운전자본 운영이 확대되고 시장의 위험선호도나 투자가 확대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중국, 우크라이나, 원자재, 통화정책 등 장담할 수 없는 여러 위험요소들이 상존한다"면서도 "달러 가치가 내리막길로 내려왔을 때 무역이 작년 가을 급속하게 악화됐던 것처럼 약달러 기조에 따른 무역 개선세 역시 예상보다 더 빨리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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