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의 생명보험사 순익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손보사 순익이 생보사보다 2배가량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저축성 및 변액 등 수입보험료 감소로 생보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IFRS17(새국제회계기준) 제도하에서 이 같은 순익 역전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취합 수치인 지난해 1~9월 손보업계 당기순이익은 4조8175억원으로 같은 기간 생보업계(2조9437억원)보다 1.5배가량 더 많았다. 최근 5년간 손보사 순이익이 생보사를 앞선 건 2021년이 유일했다. 하지만 2022년 9월까지 누적 수치가 1.5배가량 차이 나며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수치도 무리 없이 순익 역전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순익 차이가 2배 이상 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생보사들은 사실상 금리 인상 여파로 순익이 감소하고 있는데 지난해 10·11월 기준금리가 줄인상되면서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021년 당시 손보사 순이익(4조3000억원)이 생보사(3조9000억원)와 별반 차이가 없던 점을 감안하면 순익 역전 폭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그간 생보사 자산 규모가 3배가량 많고 보험료가 비싼 장기 상품을 판매해 손보사들보다 순익이 더 높았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보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생보사 보험영업손익이 악화됐고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자산 처분손익 감소 등 투자영업이익도 떨어졌다.
일각에선 올해 도입된 IFRS17 제도하에서 해당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과거 생보사들은 자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했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로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품으로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된다. 현재 생보사들은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저축성 대신 보장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보험료 중 30%가 저축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울러 IFRS17에서는 장래이익(CSM·계약서비스마진) 수치가 수익성으로 직결되는데 계약유지율이 높아지면 CSM도 증가하게 된다. 경기 침체 국면 속에 장기성을 띠고 비교적 해지 환급금이 높은 생보사에서 해지가 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생보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23곳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해지환급금 규모는 13조8115억원이었지만 9월까지 관련 수치는 24조3309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해지환급금은 통상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다. 원금 손실을 무릅쓰고 해지를 진행하는 규모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생보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간 손보사 순익이 생보사들보다 2배가량 넘어선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IFRS17 제도하에서 한동안 손보사들의 순익 역전 폭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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