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자만 오세요.”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기업만 소개합니다.”
채용 플랫폼 시장에 ‘프리미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채용 플랫폼 업체들이 일정 연봉이나 투자유치 금액 조건을 충족하는 구인‧구직자만을 위한 전용관을 마련하면서다. 채용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생긴 시장 세분화 현상으로 해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리멤버는 최근 억대 연봉 채용관 ‘리멤버 블랙’을 출시했다. 연봉 1억원 이상, 소득 기준 대한민국 상위 5%에 속하는 억대 연봉자 전용 채용 공고 서비스다. 국내에서 억대 연봉 채용 공고만 모은 서비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운영사) 대표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진 않지만 좋은 제안이 오면 이직할 의향이 있는 직장인이 핵심 타깃”이라며 “신입, 저연차 경력직 위주의 기존 잡포털과 달리 업계 최상위 플레이어들을 위한 새로운 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 업계 상위 플랫폼들도 구직자를 ‘모시는’ 방식의 프리미엄 채용을 키우는 추세다. 구직자가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회사에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사람인의 이직 제안 서비스 ‘인재풀’에 등록된 이력서 수는 서비스 도입 초기인 2020년 대비 현재 63.7% 늘었다.
반대로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는 기업에 제한을 둔 곳도 있다. 원티드랩은 지난달 ‘100억 투자유치 기업 전용관’을 열었다. 최근 6개월 이내 1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은 55개 기업의 채용 공고만 모아 놓은 카테고리를 선보인 것이다.
전용관에는 △77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한 학습 플랫폼 ‘콴다’ 운영사 매스프레소 △5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받은 농축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 △49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비대면 모바일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운영사 의식주컴퍼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잡플래닛도 우수 기업들의 채용 공고만 골라 보여주는 ‘프리미엄 채용관’을 운영 중이다. 잡플래닛은 전‧현직 직원들이 작성한 기업 후기를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업 후기 평점이 3.0이 넘은 기업의 공고만 모아 맞춤형 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가 잇따라 프리미엄 전용관을 신설하고 나선 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공채 대신 경력직 수시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채용 플랫폼 시장은 활황이다.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도 크게 늘면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채용 플랫폼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구인‧구직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프리미엄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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