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과 한국에 제2 공장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증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1억 달러(약 1218억원)를 투자하는 게 골자로, 산업부는 MOU 이행을 위해 인센티브 제공, 애로사항 해소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ASM은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원자 단위 깊이의 산화막을 증착하는 원자층 증착(ALD)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앞서 또 다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도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4년까지 24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2도시지원시설에 1만6000㎡ 규모로 캠퍼스를 조성한다. 이를 통해 국내 첨단 장비 관련 소재·부품 공급망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장비 구매를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사슬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들의 한국 투자 확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 기업들이 반도체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 선제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인데,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날에는 경북 구미의 SK실트론 공장을 직접 찾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기업들의 재고 조정 여파로 전년 동월보다 44.5% 급감한 60억 달러에 그쳤다. 반도체는 최대 수출 품목이라 시장과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투자 및 지원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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