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한 전세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약과 같은 사적계약을 공공이 모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세 등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이해관계자들간 상호감시 책임부여, 엄격한 처벌 같은 정책이 담길 수 있는데 이번 대책은 이런 대안들을 충실하게 담았다”며 “이 대책을 먼저 시행한 후 제도운영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추가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 반환보증의 전세가율을 매매가의 100%에서 90%로 낮추며 '빌라왕'처럼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정평가를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면서 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조작을 막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입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빌라의 '무피 갭투자'를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빌라사기과정에 개입한 중개업자와 감정평가사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해 일탈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빌라 시장에서는 전세기피로 전세계약이 점점 사라지고 반전세, 월세가 임대차의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부 제도가 추후 법 개선 이후 시행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함영진 랩장은 “다가올 봄 이사 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수도권과 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간 시행 시기 차이가 있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교수는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선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바꾸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세입자가 요구하기 전에 임대인이 미리 제공하는 등 사전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가입자수가 감소해 일부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전세가율 90% 하향 조정으로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24만 가구를 기준으로 추산할 때 약 25%가 보증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보증보험 갱신시 기존 전세금의 10%가량을 월세로 전환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월세 전환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추후 계약을 갱신할 때 월세 10% 등으로 전환하면 결국 주거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월세로 10% 전환은 갈등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세 대책에 대해 임대인의 부담 가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현장의 공인중개업자들은 책임 강화와 함께 구체적인 권한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 계약을 위해 자신의 신용을 다 공개해야 하고 매매계약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대업계 관계자 또한 “민간임대등록 같은 경우 보증 보험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을 의무로 하는 등 임대인의 부담은 늘어가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임대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책의 취지는 너무 공감한다”면서도 “공인중개사의 책임은 계속 강화되는데 권한은 그대로”라고 불만을 전했다. 그는 “임대인이 관련 정보제공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공인중개사가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임대인이 선제적으로 정보제공을 하게 하거나 공인중개사가 요청 시 강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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