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던 울산의 주상복합 건축 사업에서 손을 뗐다. 미분양이 쏟아지는 등 최근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공사 전 미리 '손절'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시장 침체가 더 깊은 지방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 신축 사업 연대보증을 섰던 후순위 브릿지론 440억원을 최근 상환했다. 이 사업은 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에 총 644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과 금융사들이 토지 확보를 위해 마련한 브릿지론은 1000억원 규모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사업 인허가를 받기 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빌린 자금이다. 기존 대출에는 유안타증권(200억원), 우리금융캐피탈(100억원)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릿지론 이후 본 PF로 이어져야 사업이 진행되는데 본 PF에 들어가기 앞서 첫 단계에서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이를 상환하며 발을 뺀 것이다.
대주단은 대우건설이 책임준공을 회피하고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은 책임회피가 아니라 연대보증인의 의무를 다하고 철수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울산지역 분양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손실이 날 것을 대비해 변제하게 된 것”이라며 “연대보증인의 의무를 하고 빠진 것으로 사업을 고의적으로 부도처리하며 책임을 회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 진행한 계약들이 많을 것”이라며 “물가상승으로 인한 건축비 증가와 미분양 우려 등으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면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려는 곳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경우 후순위 채권을 갚았는데 이 정도 규모를 가진 곳도 드물기 때문에 더 큰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큰 손해가 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본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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