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中企수출 위축' 수은법 개정안…유사모델 中 유일, OECD국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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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2-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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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부 '입법예고' 강행 의지…일본 등도 극히 제한적 운영

한국무역보험공사 본사 전경[[사진= 한국무역보험공사]]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늘리기 위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기존 업무를 맡고 있는 무역보험공사와 업무 중복에 따른 중소기업의 수출지원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수은측은 보증한도 확대가 기업 지원을 늘려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수은과 무보가 경쟁을 하면서 더 많은 수출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두 기관의 경쟁이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해 국부 유출과 공공기관 효율화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중장기 수주지원 보험료에서 나오는 흑자로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무보의 업무구조상 수은의 보증확대에 따른 무보의 보증 수익 감소가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적수출신용기관(ECA)간 경쟁을 허용하는 사례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와 같이 2개의 ECA를 운용하고 있는 OECD 회원국 중 한 기관이 대출과 보증을 동시에 취급하는 사례는 없다. 한 국가에 두개의 ECA를 두는 이유도 대출(수은)과 보증·보험(무보)의 업무를 구분해 양 기관의 위험을 분담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수은 격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보증업무 일부를 맡고 있지만 항공기 수입, 회사채(사무라이본드) 등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원칙적으로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Sinosure)는 보험, 중국수출입은행(China Exim)은 대출을 취급하지만 일대일로와 같은 대규모 자금조달 사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을 허용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기재부의 수은법 개정안 강행에 맞선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7일 무보 노조는 수은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입법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재부의 개정안은 수은이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만 추가로 대외채무보증을 제공할 수 있었던 기존과 달리 현지통화로 거래하는 경우 대출 없이 보증만 독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예외조항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무보의 연간 인수 금액의 35%에서 50%로 15%P 상향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무보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대통령령 개정의 필수절차인 '관계기관 협의'를 생략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령 입법예고는 사전에 반드시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기재부가 해당 관계기관인 무보와 협의 없이 '부처협의 예정'이라고만 기재해 중대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노조는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이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은법에서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업무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시행령 개정안 내에 업무범위를 무시하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이연수 무보 노조위원장은 "수은법 시행령의 개정시도는 국회의 검토를 거치지 않는 시행령 개정의 맹점을 악용해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면서 기관간 출혈 경쟁을 야기해 장기적으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수은 이번 개정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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