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걸림돌은 수조 원 규모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무역수지가 추가로 악화할 것을 걱정한다.
지원액을 늘리면 국민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아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입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중산층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한 데 대해 사실상 지원하기 어렵다 취지로 답했다.
여당도 난방비 지원 확대에 부정적이다. 이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에서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달했지만 정부 재정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난방비 지원 확대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에너지 절약 유인을 낮춰 무역적자 개선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무역수지 적자도 사상 최고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에서 4분의 1을 차지한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908억 달러로 전년 대비 784억 달러 증가했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절약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전 부처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실내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하고 민간에 에너지 소비량 감축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에너지 절약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하면 민간의 자발적인 사용량 절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난방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게 대안이다. 이날 산업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이 도시가스 사용자로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난방 사용자에게도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며 앞서 가스요금 지원 때와 같은 수준으로 최대 59만2000원을 보조해 주기로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난방비 지원 범위를 넓히면 일반 국민의 난방 수요가 늘어나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마다 이 같은 요구가 나올 텐데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