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등 친이준석계 후보 4인 모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 본경선에 진출했다. 반면 박성중·이용 등 친윤 의원들이 대거 탈락해 대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을 사실상 찍어내기 한 데 이어 안철수 후보까지 ‘안윤 연대’ 표현 삼가를 거론하며, 사실상 ‘당무 개입’에 나선 친윤계에 대한 당내 반감이 친이준석계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1년 이준석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당시 불었던 ‘비주류·혁신 바람’이 다시금 이번 전대에서 불 것으로 예상되자, 정진석 비대위원장 등 친윤 지도부와 ‘윤심’을 자처한 김기현 후보 등은 향후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총 13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 등 총 8인이 컷오프를 통과했다. 총 11명이 출사표를 던진 청년최고위원 선거 본경선에는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4인이 진출하게 됐다.
이로써 친이준석계 4인방(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4명 모두 본경선에 진출하는 이변을 기록하게 됐다.
반면 박성중·이만희·이용 등 친윤(친윤석열 대통령)계 현역 의원 3명은 최고위원 컷오프에서 모조리 탈락했다.
박성중·이만희 의원은 각각 수도권과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재선 의원이다. 이번 예비경선을 치른 후보 가운데 ‘최다선 현역’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초선 중에서도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당내 친윤계가 주도하는 의원 모임 '국민공감’ 회원이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하면서 ‘파란’을 일으켰고, 결국 당선해 ‘최연소 정당 대표’ 선출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당대표 후보도 최근 지지율 상승을 기록하며, 이날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제2의 이준석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천 후보가 실제 당대표로 당선될 확률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천 후보가 ‘비윤계’ 지지를 등에 업고, 당내 ‘샤이 보수층’까지 끌어들인다면 기존의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를 충분히 흔들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를 비롯한 친이준석계 4인방의 ‘언더독’ 파란이 바람을 타고 실제 최고위 입성으로 이어진다면, 당내 계파 갈등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수뇌부인 최고위에서 친윤계와 비윤계 갈등이 빚어진다면, 제2의 이준석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여당의 한 중진 인사는 “천하람 후보는 최근 지지율이 높아 컷오프 통과를 예상했는데 허은아·김용태·이기인 등 최고위 후보 3명도 모두 통과해 사실 놀랍다”며 “이들 중 절반이라도 최고위에 입성한다면 차기 지도부에서 또 다시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컷오프 발표는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무작위로 추출된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는 발표되지 않고, 발표자 순서도 가나다순으로 이뤄졌다.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은 “예비경선 결과가 본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후보자별 득표율과 순위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본경선에 진출하지 못한 후보자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모두 힘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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