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용경색 위기 시 벤처캐피털이 은행 대체 역할 수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성준 기자
입력 2023-02-10 13: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BOK경제연구' 보고서···VC 시장 정치적·제도적 뒷받침 필요

[사진= 한국은행]

향후 신용경색 등 '은행위기'가 찾아와 기업 혁신이 위축될 때 벤처캐피털(VC)이 은행의 대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벤처캐피털 시장이 발달할수록 은행위기의 부정적 영향이 덜 나타나는 만큼, 벤처캐피털의 시장을 정치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은 10일 발간한 'BOK경제연구'의 '은행위기와 벤처캐피털이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Banking Crisis, Venture Capital and Innovation)' 보고서에서 "은행위기 중에는 벤처캐피털과 같은 대안적 금융 수단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대출 등이 어려워지는 '은행위기'가 발생했을 때 통상 기업의 기술 혁신 활동이 위축된다. 이때 은행위기는 한 국가의 은행 부문이 많은 수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경험하고, 갑작스럽고 심각한 수준의 은행 계좌 인출이 발생해 기업·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는 시기를 뜻한다. 앞서 우리나라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에서 이같은 은행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실제 미시제도연구실의 분석에 따르면 외부금융에 의존적인 산업일수록 은행위기 발생 시 혁신 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위기시 각 산업의 외부금융 의존도가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특허 출원 수와 인용 수가 평균적으로 각각 35.9%, 11.5% 감소했다. 특허 독창성(다양한 분야를 인용할수록 높음)과 일반성(다양한 분야로부터 인용 받을수록 높음) 점수도 각각 17.6%, 26.6% 감소했다.

이런 은행위기 기간에 은행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없게 되고, 이를 대체할 금융수단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 미시제도연구실은 대체 금융수단 중에서도 벤처캐피털 투자에 주목했다. 벤처캐피탈 투자를 통해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사업적 네트워크, 경영기술적 컨설팅, 모니터링·멘토링 등을 통해 비효율적 투자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곳일수록 은행위기의 부정적 영향이 완화됐다. 한 국가의 벤처캐피털 지수는 7점 만점에 평균 3.786으로 나타났는데, 이보다 1.458점 이상 높을 경우 은행위기의 특허 출원 수에 대한 부정적 충격이 완전히 상쇄됐다. 인용 수는 평균보다 0.848점, 독창성은 평균보다 0.963점, 일반성은 평균보다 1.701점 이상 높을 때 은행위기 충격이 상쇄됐다. 특히 이같은 완화 효과는 지적재산권 제도와 민주주의적 정치제도가 확립된 국가일수록 보다 더욱 컸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한국 벤처캐피털 투자 수준은 1980~2012년 특허 기록을 이용했을 때 세계 8위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 특허청(USPTO) 기준으로 볼 때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3위에 올랐다. 전 세계 모든 특허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미국 일본에 이어 4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미국·이스라엘·캐나다·영국에 이어 5번째 순위를 보였다.

성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보고서 분석 기준으로는 한국의 벤처캐피털 수준이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최근 기록으로 보면 투자 수준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았다"면서 "대안적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지는 따로 분석해봐야겠으나, 과거보다 한국에서 벤처캐피털이 대안적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벤처캐피털 시장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효율적인 투자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