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이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대주주이자 전 경영진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현 경영진의 대결이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리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가 이수만 PD 보유 지분을 매입하면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사 지분을 확보하려던 카카오와의 대립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카카오가 어떤 대응에 나서느냐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두 회사간의 지분 경쟁은 주주총회 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스엠 주가는 전장보다 16.45% 상승한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 중 한때 11만7000원까지 올라 장 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계열사인 SM C&C(29.87%), SM라이프디자인(26.32%)도 급등했다.
에스엠의 주가 급등 배경은 하이브가 에스엠의 최대주주인 이 전 PD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하이브는 이 전 PD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1040만원에 인수한다고 이날 개장 전 공시했다.
카카오가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을 밝히자 이튿날 이 전 PD 측은 즉각 서울동부지법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반발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서를 낸 지 이틀 만에 하이브에 보유 지분을 매각해 방어에 나섰다.
에스엠 지분을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쟁이 '확전'될 경우 양사 자금 조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카카오에 비해 하이브가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이브는 이번 지분매수에서 이 전 PD와 '풋옵션' 계약도 맺었다. 기업결합승인을 받은 시점 또는 거래종결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 중 빨리 도래하는 시점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 전 PD가 보유한 에스엠의 잔여 주식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에스엠에 대한 온전하고 유의미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향후 해외 레이블 인수 계획 등도 고려한다면 하이브의 자금 여력은 비교적 부족하다. 하이브의 주가에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다. 하이브는 이날 장 초반 10% 넘게 상승하기도 했지만 에스엠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우려가 부각되면서 1.51% 하락 마감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903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날 주당 12만원에 에스엠 소액 주주가 보유한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25%를 취득할 계획도 밝혔는데, 에스엠을 상대로 주주 활동을 펼쳐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과 규모 확대를 요구한 점도 변수다.
얼라인은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은 에스엠이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기대되는 매출·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비영업자산·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효과를 감안할 때 너무 낮은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카카오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도 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15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카카오가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공개매수라는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 측은 이날 열린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에스엠 지분 인수에 대해 “각 사의 강점인 플랫폼과 지식재산권(IP) 역량을 합쳐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면서 “양사가 공동으로 K팝 아티스트를 데뷔시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지분경쟁을 두고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예단하기 어려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다 장악하는 게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지만, 아직 수면 위에 드러나있지 않은 지분, ‘의결권’ 주식 수까지 고려하면 아직 정확한 승자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며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계속해서 3월 말 주주총회 전후까지 엎치락 뒷치락 참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브의 이번 인수 결정은 하이브에 있어 시너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를 마무리하면 하이브는 명실상부 K팝 1군 IP를 모두 확보한 최대 사업자”라며 “K팝부터 힙합까지풍부해질 IP를 통해 더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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