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탄핵이냐 아니냐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관련 기사를 읽다 보니 문득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떠올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시겠지만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어땠는지 기억할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수많은 인파가 밀집되어서 다들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고 좁고 경사진 한 골목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총 159명의 젊은이들이 사망했고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이와 같은 시국에선 국민들은 리더십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된다. 사건에 대한 합당한 조사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지도자들의 책임감 있고 품위 있는 대응을 기대했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못해 꼴사납게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가 국민이 그들에게 권력을 가지도록 허용한 이유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우리에게 준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나쁜 음식을 우리에게 제공할 권리가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 레스토랑 주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정치인들은 멸시하는 듯이 경찰에 대해 자신들의 권고사항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권력을 쥔 편은 괜찮다고 하는 반면 권력을 쥐고자 하는 편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는 이번 사태로 대통령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다. 또 행안부 장관을 탄핵하여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대체 그들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는가? 경찰청장이나 장관의 강제 퇴임 대신 그들의 명예로운 사퇴를 통해 이러한 웃음거리를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었나? 우리는 그들이 개인적으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리더십은 개인적이라기 보다는 집단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야당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는가? 서로 소리 지르고 비난하며 방어적인 정치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마치 지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출산율 하락과 연결시키고 싶다.
한국의 출산율은 전 세계 최저이다. 출산율은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하락해오다가, 지난 4년 동안 바닥을 치고 있다. 그리고 매년 기록을 깨고 그 수치는 훨씬 더 낮아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장기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가 가져오는 결과는 어느 순간 한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질 만큼 천천히 우리를 덮쳐올 것이다.
물론, 그 지옥은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옥은 북한이 침략을 해서 수백만명의 남쪽 국민들을 부산에 있는 지저분한 수용소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다. 혹은 부산으로 탈출했는데 모든 배들이 사라지고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은 경험을 두고 지옥이라 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육아 문제와 학원 그리고 경력 단절 등을 두고 필자는 지옥이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의미함의 지옥(the hell of meaninglessness)이다. 왜 그걸 해야 하죠? 내가 왜 열심히 일을 해야 하죠? 내가 왜 이런 고난을 견뎌내야 하는가? 더 좋은 목표가 뭐죠? 답이 없는데 왜 굳이 답을 찾으려 하죠? 낮은 출산율, 그리고 세계에서 넷째로 높은 자살률 등은 인생과 등을 진 사람들에 나타나는 증세(symptoms)이다.
젊은 성인들이 자연스럽게 인생의 동반자를 추구하거나 훗날 아기를 낳고 손주를 갖는 창조가 지속되는 삶을 꾸려나가는 것. 고난과 어려움을 마주하지 않고는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인생의 부정적인 요소들도 긍정적인 요소로 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번역=임윤서 인턴기자]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CEO다. '가디언'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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