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편의점 안전상비약 배달과 관련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약사법상 약국 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사실상 배달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우아한형제들의 상비약 배달 도전은 배달 수요의 감소가 원인이다.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렸던 배달 시장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수요가 급격히 줄어 배달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지난달 합산 월활성이용자수(MAU)는 3021만여 명으로 지난해 1월 3623만여 명 대비 약 17% 감소했다.
배민은 이용자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퀵커머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편의점 상비약 배송 서비스 확대를 위한 움직임도 자사 퀵커머스(즉시 배송) 사업 중 하나인 ‘배민스토어’ 사업 확장 일환으로 분석된다.
배민스토어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에서 배달 음식 주문 외에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배민이 편의점 상비약 배달까지 품목을 늘리면 사실상 가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달할 수 있게 된다. 배민스토어는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에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편의점 약 배달을 신청한 것은 의약품 배달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배민스토어를 통해 국민 보건·건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민의 행보에 비대면 의료 플랫폼 업계는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간 비대면 의료 플랫폼이 넘지 못한 규제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의료 시장 질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공존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상비약으로 제한해 배송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추후 이것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도 하나둘씩 의약품 배송에 대한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단순히 한 기업의 사업 확장 측면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답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배달업계에서 안전상비약 배달 진출이 비대면 진료 법제화 입법화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약 배달 시장에 배민이 뜬금없이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의료계의 반발만 키우는 꼴”이라며 “아무리 안전상비약이라도 남용될 우려가 커 의약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업체가 다루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