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입막음인가 개인정보 침해인가...불붙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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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2-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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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권력의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촬영한 영상을 제3자에게 제공하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처벌되기 때문입니다." (황성기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장)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정치‧자본 권력의 소송이 이어지면서 공익 목적의 언론 보도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언론 본연의 역할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언론이 가지는 파급력과 부당한 개인정보 침해가 야기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언론의 감시와 비판 봉쇄하는 도구 되기도"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오픈넷 등을 중심으로 언론보도 등 공익 목적 정보처리 면책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이 소속 직원의 신상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두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제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재점화된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주로 '공적 인물'에 관한 보도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비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공적 인물이나 공적 사안 관련 보도를 할 때는 언론 본연의 역할인 권력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을 위해 실명을 사용한다.

그러나 실명보도 기사는 그 자체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성립될 수 있다. 현행법이 통상의 언론 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언론사나 기자 등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같은 법 제58조 제1항 4호에 따르면 언론 등이 취재‧보도 등 고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는 정보보호 의무 적용을 제외한다. 문제는 기사에 개인정보를 담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이용'에 해당하는지 '제공'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확립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기사작성에 '이용'한 것으로 볼 것인지 독자 등 제3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59조에서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기사와 보도가 해당 조항에서의 개인정보 누설 및 제공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진희 오픈넷 연구원(법학박사)은 "개인정보보호법 언론 면책 조항이 기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거나 괴롭힘 소송에 노출될 위험성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 언론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봉쇄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면책 범위 명확히 해야" vs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
이에 법의 모호성으로 언론 면책이라는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손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 연구원은 "명확성이 결여돼 분쟁에 돌입하면 법원의 사후적 판단을 구해야만 종국적 분쟁해결에 이를 수 있다"며 "언론의 통상적 활동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책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언론의 파급력 등을 고려해 법 개정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언론이 가지는 파급력, 언론 활동으로 인해 과도하고 부당한 개인정보의 침해가 야기돼선 안 될 것이라는 점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언론에 대해 개인정보의 처리 전반에 대한 규율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 목적의 보도나 제보를 할 때 '범죄'나 '법 위반'을 하는 경우에 한해 면책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는 "EU,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살펴 '언론기관이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범죄에 관련된 사실 혹은 법 위반을 다루는 경우'로 규정하는 방안이 있다"며 " 공익을 위한 표현의 대상을 넓히면서도 구체적인 표현의 내용은 범죄 및 법 위반 사실에 한정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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