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폭탄돌리기 게임, 패자는 결국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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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2-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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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참가자 손으로 전달된다. 문제를 맞힌 참가자는 다음 참가자에게 폭탄을 넘기고 자기 차례에서 폭탄이 터진 참가자는 벌칙을 받는다. 과거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폭탄 돌리기' 게임의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면서 공공요금의 정상화를 외쳐온 정부가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이번 겨울 난방비 폭탄의 책임을 지난 정부의 에너지 요금 정책 탓으로 돌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달 7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오르는 공공요금을 짓누르는 인기 위주의 정책으로는 (물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민들이 참아주셔야 하는 부분은 참아주십사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요금 인상을 지나치게 억제한 '에너지 포퓰리즘' 때문에 한꺼번에 급등한 에너지 요금이 올겨울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주요 난방원인 LNG 수입액은 2020년 157억1000만 달러에서 2021년 254억5000만 달러로 100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주택용 가스요금을 2020년 7월 11.2% 인하한 뒤 지난해 3월까지 동결했고 대선 직후인 같은 해 4월(0.43원)과 5월(1.23원) 연이어 인상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오르자 이번 정부에서도 지난해 7월(1.11원)과 10월(2.7원) 추가로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

지난해 성실하게 오른 가스요금은 사용량이 많지 않았던 가을까지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사용량이 늘어난 겨울 들어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또 인상 억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전기·가스요금을 비롯해 고속도로, 철도, 우편, 광역상수도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이 동결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 내 휴전 상태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탓에 앞으로도 수년간 에너지의 공급과 가격 안정성 문제에 시달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위적으로 억누른 공공요금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과 같다. 그 피해는 언제나 국민의 몫이다. 외부 변수에도 국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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