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경영난 심각…요금 인상 불가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에너지 정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아직 실무진들은 요금 인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 적자는 30조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악화한 여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 중에는 동결하라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지만 인상 시기를 분산하고 속도를 조정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통령이 직접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주문하면서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은 당초 예상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전기요금 인상안은 ㎾h당 51.6원이었다. 1분기에는 ㎾h당 13.1원 올랐는데, 인상안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4분기까지 38.5원 더 올리려면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가스요금의 경우 1분기에 아예 동결됐다. 에너지 수요가 많은 동절기에 요금을 크게 올리면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가스공사의 경영난이 심각해 2분기에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가스공사는 오는 2026년까지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10.4원(2.6원씩 4회 인상) 올리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인상액(5.47원)의 1.9배 규모다.
올리되 인상 폭 축소?…총선 정국 전에 실행해야
그러나 올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무턱대고 인상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가 추이 등 경제 여건도 고려 대상이다. 정부의 에너지 요금 현실화 의지가 큰 만큼 인상 시기보다는 인상 폭 조절에 정부 정책의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에너지 요금 인상을 늦추거나 적게 올리면 당장의 가계 부담은 덜 수 있어도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여야 모두 내년 4월로 예정된 22대 총선 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여론을 의식해 공공요금 인상에 나서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난방비 급등이 전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 때문이라는 비판이 현 정부와 여당에 고스란히 돌아올 공산이 크다.
전기요금은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산업부 장관이 가진다. 통상 매 분기 말에 다음 분기 전기요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견해 차가 크면 분기가 바뀐 뒤에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규모 등은 다음달 말에나 공론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확정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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