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주의 몰락(中)] 리더십 부재 vs 사법 리스크…與野 '네탓 공방'에 民心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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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3-02-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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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치 없는 정당, 민생은 뒷전… 말로만 자성, 입장차 안 좁혀

  • 난방비 폭탄 사태 등 '실질적 대안' 실종… 李체포안 등 놓고 2월 국회도 빈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표하지 않는 40%와 무조건 상대를 찍는 30%는 빼고 나머지 30%만을 바라보는 정치, 다수 국민과는 등지며 지지층 표심만 얻기 위해 극한 대결로 치닫는 한국 정치를 성찰하며 대안을 말할 참이었다.”(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20여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해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한국은) K-팝, K-스포츠, K-컬처, K-푸드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 정치만 왜 4류에 머물러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사전에 말을 맞춘 듯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무능함과 자성’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내놓은 원인 규명은 극명하게 달랐다.
 
박 원내대표는 난방비 폭탄, 물가 상승 등 경제 위기 상황이 모두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과 소통 부재 탓으로 돌렸다. 그는 “문제는 윤 대통령”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여당이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내로남불’에서 현재의 정치적 갈등과 민생 경제 외면 상황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상기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던 이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여야가 연일 윤 정부의 무능함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민생 경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여야 모두 아침 최고위원회의 때마다 ‘국민만을 보겠다’면서도 정국 안정을 위한 협치는 온데간데없다.
 
최근 한목소리로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한 ‘난방비 폭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여당은 ‘당무 개입’ 논란을 잠재울 회심의 카드로 난방비 지원책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경감 방안까지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당정 회의까지 준비하며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결국 중산층 지원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기획재정부와 당 간에 ‘정책 엇박자’가 빚어진 탓이다. 기재부 측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중산층 지원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도 “(중산층 범위 확대를) 당이 결정해서 (정부에) 강요할 순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야당도 공허한 대안을 내놓긴 마찬가지다. 야당은 난방비 폭탄에 대응한 ‘횡재세’ 도입을 예고했는데 정치권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고유가 덕에 초과 수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들한테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석유사업법 18조를 근거로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정유사들은 펄쩍 뛴다. 코로나19 당시 5조원 가까이 적자일 땐 나몰라라 하다가 이제 수익이 늘자 횡재세를 걷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국민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정의됐다. 여야 모두 정당법만으로 따져 볼 때 과연 ‘국민을 위한 책임 정치를 하고 있는가’에 있어서는 낙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임시국회도 일정이 시작된 지 2주 넘도록 공회전을 거듭했다. 30일에야 본회의를 열었지만 ‘이재명 방탄 국회’ 논란을 빚으면서 법안 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일몰된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와 30인 이하 추가 연장 근로제(근로기준법) 등 시급한 현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끝내 표류했다.
 
2월 임시국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여야의 민생 뒷전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여당은 대선 후보 당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뒤로 숨자 “너무 뻔뻔하다”고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를 비롯한 당내 의원들을 향해서도 “이 대표 없다고 민주당이 망하지 않는다”고 맹공세다.

국민의힘도 3·8 전당대회로 정신이 없다. 당권 주자 간 신경전과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되면서 축제는커녕 추태로 과열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나름 ‘단일대오’를 갖추고 제1야당 대표 구속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사실상 당력을 검찰 조사 대응에 쏟으면서 이달에도 입법부 본연의 역할은 공회전할 공산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한 무소속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 둘 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말한 바는 일하는 국회 아닌가”라며 “정쟁에 매몰돼 역시나 2월 임시국회도 일하지 않는 국회가 된 상황이다. 전문가조차 첨단산업특위에서 배제하는 어설픈 국회에 더 할 말이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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