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김포시 공무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많이 들린다. 특히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다.
김포시는 최근 50만명 넘는 도시가 됐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한창이다. 1998년 시 승격 이후 발전을 거듭해온 덕분이다. 인구가 늘어난 만큼 공무원 수도 두 배나 늘었다.
그러다 보니 시 승격 당시 인구 11만명이던 시절 지어진 현 김포시 청사는 근무 환경이 열악해질 대로 열악해졌다. 그 때문에 증축도 했고 별관도 지었다. 그래도 근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자 궁여지책으로 임차 청사 두 곳을 마련해 여러 부서를 이곳저곳으로 분산시켰다.
또 김포시 사우중로 49 소재 건물 4·6·7층엔 교통건설국장실, 교통과, 대중교통과, 건설도로과, 여성가족과, 보육과, 철도과가 입주해 있다.
특히 민원인들과 근무 공무원들 불만을 사고 있는 곳은 임차 기간에 40억원 넘는 임대료를 내야 하는 노후상가 4층 임차 사무실이다.
이곳은 현재 사무실 바닥이 기울었는가 하면 흔들리기까지 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다. 심지어 비상벨마저 오작동으로 울리기 일쑤다. 그 때문에 근무 중인 공무원들조차 불안해한다. 이러한 민원이 제기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시는 임대인 측이 제시한 구조안전진단 결과만을 내세우며 위험신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김포시의회 임시회에서 다시 문제가 거론됐다. 그리고 이 건물에 대한 임차 계획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전임 시장에게 재가를 받아 결정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임차 사무실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만 18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정작 이런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다. 직원 고통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항상 검토·계획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책임자의 구태의연한 생각이 불러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을 흔히 사기를 먹고사는 공복들이라고 말한다. 창의성과 진정성도 결국 사기가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때 김포시 조직 관리는 낙제점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자치단체장인 김병수 현 시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무원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현 상황이 전임 시장 때 발생한 사안임을 따지기 전에 김 시장이 조직관리 측면에서 적극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병수 시장은 관망 중이다. 김 시장은 취임 이래 줄곧 ‘소통’과 ‘교통’을 시정의 중요 철학으로 강조해왔다. 그런 김 시장이 정작 조직원 소통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질책을 받기에 충분하다. 시민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조직원 소통은 더욱 중요해서 그렇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복(公僕)으로서 주민들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명감과 자긍심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성패도 결정 난다. 그만큼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장 덕목을 이야기할 때 공무원 조직과 관련된 사항들이 꼭 포함된다. 하지만 많은 자치단체장이 이를 간과한 채 시민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수족이나 다름없는 공무원 조직에 대해선 '인사를 통해 거느리는 존재’ 혹은 ‘명령에 복종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일쑤다. 김병수 시장 또한 이 범주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을까 우려된다.
김포시는 인구 50만명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이 더욱 중요한 곳이다. 그 중심에 있는 공무원 사기 여하에 따라 100만명 도시로 도약하느냐 지금 수준에서 멈추느냐가 결정된다. 앞으로 김포시 공직자 수도 1600여 명에서 2000명으로 400명 충원할 계획이 있는 만큼 김 시장은 이들 사기가 진작될 수 있는 소통과 스킨십, 근무 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 질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직원 복지를 내팽개친 채 시민 복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김포시 공무원의 수장으로서도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다.
그나마 김포시는 최근 부서 간 조정을 통해 청사 재배치 계획을 수립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요 조사와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철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김포시 청사와 관련해 불거진 임차 사무실 문제를 계기로 김병수 시장은 시민과 함께 조직 구성원부터 챙기는 열린 행정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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