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한반도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큰 나라들의 도리이지 다른 목적을 위한 최전선으로 만들어서 긴장을 고조하는 것은 큰 나라들이 할 바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미국을 향해선 역대 행정부가 과거 적대시했던 독일, 일본과 협력해 소련을 견제하고 베트남, 쿠바와도 수교한 사실을 거론하고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 미‧중 경쟁에서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한 번에 달성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동맹의 사활적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관심이 저하되면서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중국에게는 "중국이 지도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 중 하나"라며 "지도국가가 아니라 북한의 이웃 국가로서도 북한의 핵무장을 제지하는 게 옳다"고 당부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에도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더 이상 고립과 대결의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 자체 핵무장 주장'에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총리는 4월까지 필라델피아, 뉴욕, 휴스턴, 로스앤젤리스, 덴버에서 대학과 한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6월에는 독일을 방문해 튀링겐대와 베를린대에서 강연하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총선 정국을 앞두고 일종의 몸풀기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그는 조지워싱턴대 입학 조건이 보고서 제출이나 강연이었다며 "설마 학장이 저에게 정치 재개를 주문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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