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가 역설적 난관에 마주쳤다. 엄격한 미국산 사용 기준이 오히려 제조업 부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제조업 활성화와 노동자층의 부활을 위해 내세우고 있는 '바이 아메리카'가 문제에 부딪혔다"며 "미국은 더 이상 도로와 교량, 항구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이 아메리카는 연방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미국산 부품과 자재를 쓰도록 하는 규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21년 통과된 미국의 Build America Buy America Act 법안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구축 법안은 미국산 건축 자재를 먼저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바이 아메리카는 점진적으로 더 높은 비중의 자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WP는 "이전에는 미국산 비율이 최소 55%인 경우까지 국내산으로 인정받았지만, 올해는 60%까지 충족시켜야 한다"며 "2029년에는 비중을 75%까지 올려야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취지대로 경제가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 아메리카가 오히려 미국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규정에 맞게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교통부는 부두 크레인을 비롯해 선박 리프트 등 수입 화물장비 구입에 연방 인프라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항만 당국의 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WP는 "미국산 부품과 자재에 대한 선호는 인프라 사업의 추가 비용 발생과 프로젝트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 아메리카는 그동안 고수해온 무역 자유화라는 원칙과 충돌하지만 현재는 양당 정치인들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판단에만 집중해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WP는 실제 의회 조사국 보고서를 인용해 바이 아메리카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프로젝트 지연은 예고된 일이라고 전했다. 의회 조사국 보고서는 바이 아메리카가 미국 제조업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고, 오히려 글로벌 상황이 미국 제조업을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WP는 2020년 피터슨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제한된 반면, 개별 일자리 한 개에 25만 달러의 세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바이 아메리카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WP는 백악관 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는 사람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상품 부족을 겪었던 것을 잊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내 생산을 더욱 장려하면 공급망 구조는 덜 취약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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