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협박에 명의 빌려주고 보험료 떠안아...法 "납부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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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3-02-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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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명의변경, 소급해서 적용해야"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아버지의 협박에 못이겨 사업주 명의를 빌려준 딸이 국민연금 보험료 수천만원을 대신 부과받자 법원이 아버지 명의로 소급 적용해 딸이 납부를 면하도록 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국민연금보험료 납부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대학생 시절 아버지 B씨의 부탁으로 강원 소재 도장업체의 사업주 명의를 빌려줬다. A씨는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폭행으로 어머니가 2번이나 코뼈가 골절된 적이 있고 언니도 폭행을 당하는 걸 목격해 자신도 폭행을 당할 것이 두려워 명의를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07년부터 어머니가 B씨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 왔다.

B씨는 A씨의 명의로 국민연금 적용 사업장 신고를 했다. 그러나 B씨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해당 사업장 앞으로 부고된 부가가치세 등 세금 5000여만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사업장 명의자인 A씨에게 이 세액이 귀속됐다.

A씨는 '강압에 의해 명의를 대여해준 것'이라며 2019년 세무당국에 신고세액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냈으나 거부됐다. 이에 국세청에 취소심사를 청구했고, 국세청은 2020년 2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공단의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통지했다.

A씨는 국세청 통지를 근거로 2020년 11월 사업주 명의를 B씨로 변경해달라고 공단에 신청했다. 공단으로부터도 같은 기간 4900여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부과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단은 국세청이 결정을 통지한 2020년 2월 이전까지 명의변경을 소급해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이 상당한 이유없이 원고의 소급변경 신청을 거부했다며 국민연금 보험료는 아버지에게 소급 부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

그러면서 "당시 서울 소재에 대학에 다니던 A씨가 강원 동해의 사업장을 실제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정폭력으로 명의를 대여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단에 실질적 심사권이 있다고 본다면, 사업주는 자신이 명목상 사업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보험료 납부의무를 회피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고, 관련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남아 있는 국민 연금 보험료 4910만원의 부과 자체는 적법하다고 봤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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