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제 원유 가격이 러시아 공급 차질과 중국 수요 증가 등 여파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유가 하락 등을 근거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3.6%에서 3.5%로 소폭 하향조정한 만큼 유가 반등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물가 악영향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 조사국은 26일 해외경제포커스 내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주요 수급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1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서방 제재 이후에도 중국·인도 등 대체 수출처 확보에 따라 전월보다 30만 배럴 확대됐다"며 "그러나 러시아 제재 이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이 늘면서 운송 여력이 부족한데다, 러시아 해상 운송이 주로 시작되는 발트해의가 겨울 유빙으로 3∼4월까지 운송 자체가 쉽지 않아 공급 여건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4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0.93달러 오른 배럴당 7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이유는 러시아가 오는 3월부터 일일생산량의 5% 수준인 50만 배럴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원유수입을 중단하자 중국, 인도 등 아시아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러시아의 운송선 확충 여부와 EU의 석유재제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5일 EU가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한 이후, 가솔린을 운송하는 유조선의 화물운임이 400% 이상 큰폭으로 상승했다. 경유·가솔린 등 석유제품은 원유와 달리 유조선이 필요한데, 러시아가 석유제품을 운송할 유조선을 구하면서 유조선 공급이 줄며 운임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 셸 등 글로벌 석유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최신 장비·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도 원유 공급 차질의 요인으로 꼽혔다.
한편 한은은 지난 23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내려 잡았다. 한은은 올해 2월까지는 5%대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3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내려가고 연말에는 3%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은 당시 물가 전망치를 낮춘 배경에 대해 “올해는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낮아지고 경기가 둔화하는 등 공급은 물론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약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지난해(5.1%)보다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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